(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 들려 주는 세상 사는 지혜) 철학의 향기 지은이:박덕은 펴낸이:정진태 펴낸곳:보성출판사 차례 머리말 제1장 서양철학의 선구자 소크라테스 제2장 이상주의 철학의 시조 플라톤 제3장 현실주의 철학의 시조 아리스토텔레스 제4장 키니코스학파의 시조 안티스테네스 제5장 나무통의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 제6장 거지철학자의 후예들 크라테스 히파르키아 메트로클레스 제7장 키니크학파의 시조 아리스티포스 제8장 순수한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 머리말 이 책을 쓴 동기는 순전히 디오게네스와의 만남 때문이다.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어느 날 저녁, 우연히 책 속에서 마주하게 된 나무통의 철학자 디오게네스! 그의 언행은 필자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 잡고 말았다. 어느 연회석상이었다. 사람들이 마치 개에게 하듯이 디오게네스에게 고기 뼈다귀를. 던져 주었다. 그러자, 그는 일어나서 자리를 뜨기 전에 개처럼 한 발을 들고 그들에게 오줌을 갈겨 주었다. 하루는 시장 바닥의 군중들 앞에서 디오게네스가 자위행위를 하면서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위장을 쓰다듬어 배고픔을 참아 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녀석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면 좋을 텐데" 디오게네스는 카이로네이아 전쟁(기원전 338-337년)이 끝난 후 어느 날 체포되어 마케도니아왕 필리포스 앞에 끌려 나갔다. 이때 왕은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도대체 어떤 자인가?" 포로인 그는 조금도 겁내지 않고 말했다. "나 말인가? 나는 그대의 끝없는 탐욕을 탐색하는 스파이라오" 이 답변에 크게 감탄한 왕은 그를 방면해 주었다. 디오게네스가 노예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그리스를 정벌하고 코린토스에 머물러 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정치가나 학자들의 알현을 받았다. 그는 디오게네스도 알현해 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철학자는 코린토스 교외의 클라네이온에 그냥 머물러 있었다. 대왕은 이 완고한 철학자에게 흥미를 느껴 친히 그를 찾아갔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양지에 느긋하게 드러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오는 기미를 느끼고 그는 약간 머리를 쳐들고 흘깃 옆눈으로 쳐다보고는 다시 그대로 누워 버렸다. 대왕이 먼저 점잖게 입을 열었다. "나는 대왕 알렉산드로스다!" 그러자 철학자도 조용히 말했다. "나는 디오게네스다" 대왕이 물었다. "너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대는 선한 자인가?" "그렇다" "그렇다면 선한 자를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겠는가?" "소망이 있다면 내게 말해 보라" 이때 철학자는 한 손을 쳐들어 대왕을 떠밀듯이 하면서 말했다. "햇볕을 가리지 말아 주오" 그러자 시종 무관들이 그의 오만함에 화가 나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대왕은 그들을 말리면서 한마디 했다. "내가 만일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디오게네스가 되는 걸 원했을 것이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더욱이 디오게네스는 안티스테네스에게서 배웠고, 안티스테네스는 소크라테네스에게서 받았다는 사실이 은근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올 겨울 지구촌은 유독히 춥고 어수선했다. 한쪽은 지진이 한쪽은 홍수가 난리를 쳤다. 덕분에, 인간의 목숨, 자연의 질서, 지구의 미래 등등에 대해 조금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더불어 가질 수 있었다. 여기서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 들려주는 세상 사는 지혜를 만나보기로 하겠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이룬 학파는 대략 다섯 학파로 나눌 수 있다. 이를테면, 플라톤 학파, 키니코스 학파, 키니크 학파, 메가라 학파, 엘릿스 학파가 그것이다. 플라톤 학파:플라톤이 창시했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체계화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 데메트리오스가 그 뒤를 이어 이론을 발전시켰다. 키니코스 학파:안티스테네스가 창시했다. 디오게네스, 크라테스, 히파르키아, 메트로클레스 등이 그 학파를 계승했다. 그들은 금욕주의자로서 살아가기를 원했다. 키니크 학파:아리스티포스가 창시했다. 지식이나 덕보다는 복을 중요시했으며,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쾌락이라고 주장했다. 영속적 쾌락보다는 순간적 육체적 쾌락을 더 중시했다. '과거의 일에 마음쓰지 말라! 현재의 감각적 쾌락에 만족하라!' 그러나, 건실한 사고, 즉 일체의 선택과 기피의 원인을 찾아내어 영혼을 포착하는 순수한 사고야말로 쾌락이 생활을 만들어 내는 주요인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러한 쾌락주의 정신은 나중 에피쿠로스, 메노이케우스에게까지 전승되었다. 메가라 학파:유클라데스가 창시했다. 이 학파는 소크라테스의 지적 측면을 강조했다. 스틸론, 제논 등이 그 이론을 계승 발전시켰다. 엘리스 학파:파이돈이 창시했다. 이 학파도 메가라 학파처럼 소크라테스의 지적 측면을 강조했다. 이들의 견해를 듣고 이해하고 묵상하던 지난 겨울의 시간들은 참으로 즐거웠다. 한 철학가와 다른 철학가의 오솔길을 걷는 동안 여러 번 눈이 내렸다. 그들이 뿜어 내는 인생 향기도 각각 달랐으며 모두가 진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특히 디오게네스의 향기는 정말로 좋았다. 이들의 향기를 혼자 맡는다는 것이 아까워, 이렇게 작은 그릇에 담아 내보낸다. 우리 다같이 그 향기를 즐기도록 하자. 그리하여, 보다 의미 깊고, 보다 멋스럽고, 보다 풍요롭게 향기로운 삶을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곁에서 도와주신 분들, 특히 컴퓨터 리엘에게 감사드린다. 1995. 조춘에 교수 연구실에서 자곡 박덕은 씀 1. 서양 철학의 선구자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는(469-399 B.C.)는 아테네 함대가 사라미스 만에서 페르시아의 대함대를 전멸시킨 기념할 만한 해로부터 10여년 후인 기원전 469년 아테네에서 조각가인 부친 소프로니스코스와 산파인 모친 파이나레테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당시 동네 사람들은 악마를 쫓는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용모는 대머리처럼 벗겨진 큰 이마에 크고 둥근 얼굴에는. 불거진 듯이 툭 튀어나온 두 눈과 사자코 같이 뭉퉁한 코가 두툼한 입술 위에 자리하고 있었고, 땅딸막한 키에 수박처럼 불룩한 올챙이배는 뒤뚱거리는 오리걸음을 그에게 걷게 하였다. 텁수룩하게 털이 나 있는 가슴과 팔 다리는 튼튼한 체격과 강인한 의지력을 소유하였다는 것을 풍기고 있었다. 그는 소년 시절에 부친의 직업을 이어받아 조각을 하기도 했으며, 당시 아테네 중류 시민의 자제들처럼 문학과 음악, 체육 등 일반 교육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18세에서 24세까지는 당시의 청년들처럼 군대에 입대하여 복무했으며, 나중에도 여러 차례 종군하여 군 생활을 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인생의 참다운 지혜를 얻기 위해 알카라오스와 아나가고라스에게서 항상 배웠으며 진리 탐구열에 감화를 받았다. 또한 소피스트들에게도 배웠지만, 참다운 지혜를 얻을 수가 없어서 배움을 중단하고는 스스로 궁리하고 탐구하는 생활을 하였다. 그가 얼마나 사색과 탐구를 중시하며 진지한 사색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내용으로 알 수 있다. 종군 중이던 그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아침부터 한 곳에 넋을 잃고 서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막사에서 이를 지켜보던 병사들은 밤이 깊어지자 하나둘 잠이 들었는데, 그는 이튿날 아침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꼬박 밤을 새웠다. 그리고는 아침해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그 자리를 떠나 평소처럼 일과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음미함이 없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가 40세가 될 무렵에 그의 정열적인 친구이자 제자였던 카이레폰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으로 가서 아폴로신에게 여쭈어 보았다.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그러자, 신은 신전의 미녀를 통해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소포클레스는 현명하다. 유리피데스는 더욱 현명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만민 중에서 가장 현명하다" 그러나, 대단히 기뻐하던 친구에게 이 신탁을 전해들은 소크라테스는 크게 놀랐다. 그것은 그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고자 자타가 현명하다고 공인하는 정치가들, 예술가들, 기술자들을 차례로 찾아가서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참된 지혜를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자만에 빠져 있었다. 그때서야 그는 비로소 자신의 사명을 자각하였다. "그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진짜로 모르고 있다" 그래서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금언을 좌우명으로 삼고 시민들의 부패하고 마비되고 타락한 양심을 일깨우고자 했다. 그 후 그는 70세 때까지 신탁을 통해 자신에게 부과된 사명인 아테네의 쇠파리 노릇을 하며 살았다. 소크라테스는 50대에 결혼을 했고 세 아들이 있었다. 그가 70세로 사형될 당시 큰 아들은 18세였다. 결혼 후에도 그는 시민들을 깨우치는 사명을 위해 무료로 가르치는 일만 했을 뿐 전혀 가사를 돌보지 않고 외면했다. 그래서 더욱 가난한 형편에 처하게 되었고, 그의 아내 크산티페로부터 심한 푸대접을 받았다. 어떤 이가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사모님의 잔소리를 어떻게 견디어 내십니까?" 그러자, 그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도 귀에 익으면 괴로울 것이 없지" 하루는 소크라테스가 부자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예상대로 그의 아내인 크산티페가 투덜거렸다. "대접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사람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어요" 그러자,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염려 말아요. 그들이 이치를 아는 사나이들이라면 그걸 참아 줄 것이고, 만일 시시한 친구들이라면 그런 녀석들에게는 그렇게 신경 쓸 필요조차도 없으니까" 하루는 소크라테스가 집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그의 아내가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강론을 계속하자, 그녀는 큰소리로 욕을 해대며 그에게 구정물 세례를 퍼부었다. 그런데도 그는 태연스레 말했다. "천둥이 친 다음에 소나기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알키비아데스가 참다 못해 말했다. "부인의 잔소리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달래듯이 제자에게 말했다. "나는 이젠 완전히 단련이 되어 있지. 우물에서 도르레가 언제나 가랑가랑 소리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야. 자네도 거위가 꽥꽥 우는 건 참아 낼 수 있을 거야" 그러자, 제자도 지지 않고 말대꾸를 했다. "허지만 거위는 알을 낳아 주고 새끼를 까 길러주고..." 이에 스승도 한마디 했다. "크산티페도 아이를 낳아 준다네" 하루는 크산티페가 시장 바닥에서 소크라테스의 옷을 잡아 벗기려 하자, 친구들이 손으로 막아 말리면서 "왜 그럽니까?" 하고 그녀에게 충고조로 말했다. 이때 소크라테스가 크산티페를 대신해서 말했다. "결단코 그래야만 하겠지! 여러분이 우리가. 싸우는 걸 보고, '소크라테스, 힘을 내라!', '야아, 잘한다, 크산티페!' 하고 응원하기 때문에..." 어느 날 소크라테스는 한 사람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잔소리쟁이와 함께 사시는 이유가 이유가 뭡니까?"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내가 잔소리쟁이와 함께 사는 건, 기수가 준마를 좋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기수는 그 녀석을 잘 길들이고 나면 그 다음은 누워서 떡먹기거든. 내가 내가 크산티페를 잘 길들이게 되면 내가 제어하지 못할 사람도 없을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하고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니까". 한 제자가 소크라테스에게 질문했다. "선생님! 결혼하는 것이 좋습니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까?" 그러자, 그가 답변했다. "결혼하게나! 온순한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사나운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테니까!" 소크라테스의 아들 람프인클레스는 어머니 크산티페를 향해 소리쳤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어느 누구도 참을 수 없을 거예요" 훗날 소크라테스의 제자 안티스테네스(디오게네스의 스승)도 그 여인에 대해 한 마디 언급한 바 있다. "그녀는 과거, 현재, 미래에 걸친 여자들 가운데서 가장 시끄러운 여자일 것이다" 부자요 명문 출신인 알키비아데스는 스승인 소크라테스에게 집을 지으라고 넓은 땅을 제공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나는 신발이 필요하나 만일 자네가 이것으로 신발을 만드십시오 하고 가죽을 준다고 하여 내가 그걸 받았다면 참으로 이상할 거야" 한번은 그의 제자 카르미데스가 스승의 가난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몇 명의 노예를 헌납하면서 간청했다. "제발, 이 노예들을 부려 수입을 올리도록 하십시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그 제의를 굳이 물리쳤다. 제자인 아이스키네스가 스승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가난해서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으니까 이 몸을 바칩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다정히 말했다. "아니, 어째서? 너는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있는데 그걸 모르느냐?"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소크라테스의 강연을 들으면서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눈물이 쏟아지며 노예 상태와도 같은 경험을 했던 알키비아데스는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다. "페리클레스의 웅변을 들어도 감동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지만 소크라테스의 강연을 듣는 사람이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감동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에우크레이데스는 메가라인으로 일찍이 철학 공부를 했으며, 소크라테스의 강연을 듣고는 열렬한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런데 아테네와 메가라 사이에 불화가 생겼다. 그리하여 메가라인이 아테네에 들어오면 종신형에 처한다는 법령이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그는 여자로 변장하고 몰래 들어와 소크라테스의 강연을 열심히 들었다. 안티스테네스는 고르기아스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 제자들을 모아 가르치다가 소크라테스의 명성을 듣고는 자기 제자들과 함께 소크라테스의 문하로 들어가 겸허히 가르침을 받았다.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은 '건강한 힘'이라는 뜻이다. 그는 철학 이외에도 신체 건강을 위해 체력 단련을 해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몸소 아침 산책, 체조, 무도를 즐기면서, 절제 있는 생활을 꾸려 나갔다. 그러나, 제자들이 초대하여 대접하면 사양하지 않고 참석하여 즐겼다. 소크라테스와 함께 전쟁에 참전했다가 그에게 구조되었던 알키아비아데스가 훗날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실제로 전쟁에서 흔히 있듯이 어딘가에서 차단을 당해 굶기를 강요당하게 되었을 때, 그는 인내심이 없는 다른 병사들과는 달랐다. 그러나 잘 먹게 되었을 때에는 그를 당할 자가 없었다. 특히 그는 주량이 컸다. 자진해서 마시는 일은 없었지만 강요당했을 때는 누구보다도 많이 마셨다. 그럼에도 그는 한번도 술에 취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겨울의 추위에 대한 인내심도 대단하였다. 언젠가 그는 혹독한 추위가 닥쳐왔을 때, 모든 병사들이 진영 안에 있는 옷을 모두 껴 입고 구두를 신고 발을 담요와 양가죽으로 감싼 채 꼼짝도 않고 있었는데, 오직 그만이 평상시처럼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서 외출을 하는 것이었다. 구두를 신지 않고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쉽게 얼음 위를 걸었다. 병사들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데리온 전투, 암피폴리스 전투, 데리온 전투에 출정해서 침착하고도 용감하게 싸운 소크라테스에 대해 용장 라케스는 다음과 같이 칭찬했다 "그때 다른 사람들도 소크라테스처럼만 행동 했었더라면 결코 패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국의 명성을 드날렸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추첨 결과 본의 아니게 500인 평의원에 뽑혔을 때였다. 그 무렵 아르기누사이 섬 앞바다의 해전에서 패전한 장군들을 모두 국회에서 재판하자는 안이 평의원회에서 의결되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협박을 받으면서도 최후까지 이에 반대하였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다른 생물에 비해 인간이 다른 점은 무엇인지요?"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다음과 같이 인간에 대해서 찬미하였다. "신은 인간을 바로 서게 하고,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손을 주었으며, 다른 생물에게는 일정한 시기에만 한정 시킨 쾌락을 인간에게는 아무 때나 즐기도록 허용하였으며, 거기다가 또 영혼을 심어 주었다" 소크라테스는 평소에 '인간의 참된 삶이란 잘 사는 것이요, 잘 사는 것이란 아름답게 사는 것이요,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하였다. 어느 날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그건 사람의 마음을 잘 보살피는 것, 즉 행복한 기분이 되게 해주는 것이야.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또 만나고 싶고, 만나면 몸을 만지고 싶고, 만지면 이번에는 소유하고 싶어지는 것이지" 그러자, 다른 제자가 곁에 있다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하고나 잠자리를 같이 하는 아테네 제일의 미녀 모델이 지금 어느 화가의 화실에서 지금 나체가 되어 있습니다" 제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승이 대꾸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진실한 아름다움은 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지. 가 보자! 그러나, 미인의 포로가 되어 인간다움을 잃어버릴 자는 따라오지 말라" 어느날 소크라테스는 한 청년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청년의 덕은 무엇인지요?" 그러자, 그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그건 지나치지 않는 것이지" 그러면서 그는 청년 앞에 시종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말을 이었다. "장래가 넉넉해서 미지수인 자여!" 소크라테스는 어느날 꿈을 꾸었다. 자기 무릎 위에 앉아 있던 백조 새끼 한 마리가 금방 날개가 돋더니 예쁜 소리를 내어 울고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는 꿈이었다. 그 다음날 플라톤이 그의 제자로 입문해 왔다 소크라테스는 그를 보고 말했다. "자네는 어젯밤 내가 꿈에 본 그 백조가 틀림없어"(당시 백조는 아폴론 신전에 바쳐졌던 '싱싱한 새'였다. 그것은 마치 아테네 여신의 사자인 올빼미를 아테네 신전에 바치는 것과 같았다) 소크라테스는 노년에 리라 악기의 연주를 배우려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 그래서 어린이들과 함께 늙은 소크라테스를 제자로 삼고 가르친 음악 교사인 콘노스는 '할아버지 교육자'라는 별명을 하나 얻게 되었다.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아테네는 패배하였다. 그래서 아테네는 친 스팔르타 인사와 반민주주의자 30인으로 구성된 과두 체제를 수립하여 공포정치(참주정치)를 시작하였다. 이 공포 정치의 수령인 크리티아스는 어느 날 소크라테스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관청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레온이라는 사나이를 사형에 처하기 위해 구인해 올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를 위법이라고 여겨 그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강연은 자연히 제재를 받게 되었다. 정적을 사정없이 탄압하던 과두 체제인 참주정치가 8개월만에 무너져 버렸다. 그래서 아테네는 다시 민주체제로 환원되었다. 이때 소크라테스는 이번에는 민주파 인사들로부터 오해를 받게 되었다. 게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 "구름" 때문에 더욱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구름"의 개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선량한 시민인 스토렙시아제스는 승마에 미친 아들 때문에 많은 빚을 지게 된다. 그 빚을 갚아야 하는 날이 점점 다가오자 안절부절 못한 그는 소크라테스를 찾아가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방법'에 대한 자문을 구하면서 만약 가르쳐 주면 은혜를 꼭 갚겠다고 신의 이름을 빌어 맹세한다. 그때 소크라테스는 '신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것을 기르고 또 여러 가지 모습을 하는 구름일 수밖에 없다'고 해석을 해준다. 그 후 그와 그의 아들은 소크라테스에게 변론술을 배워와 빚쟁이를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는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게 되고 폭행을 당한다. 그러나, 아들은 배운 변론술로 그 폭행을 정당화한다. 이런 지경에 이른 그는 이 모든 책임을 '신을 믿지 않는 소크라테스'에게로 돌린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집에 불을 질러 버린다. 소크라테스와 제자들이 연기 속을 헤치고 뛰어나온다. 막이 내린다" 이 극이 초연되던 날, 소크라테스는 무대 위에 서서 싱글벙글거리면서 자기 배역을 맡은 배우가 자기와 닮았는지 어떤지를 관람객들에게 비교하게 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소크라테스에게 큰 피해를 줄 줄이야! 소크라테스가 고소를 당하게 된 때는 그의 나이 70세 되던 봄이었다. 고소인은 젊은 시인 메레토스였고, 유력한 민주정치가이자 실업가인 아뉴토스와 변론가인 리콘은 고소인의 변호인이었다. 그 고소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핏토스 구의 메레토스의 아들 메레토스는 아로페케구의 소프로니스코스의 아들 소크라테스를 상대로 다음의 고소장을 제출하고 그 사실에 상위가 없다는 선서를 했다. 곧 소크라테스는 나라가 인정하는 신들을 믿지 않고 괴이한 신(Dimonion, 신적인 것, 즉 양심)을 끌어들여 청소년들을 부패 타락케 하였다. 그 죄는 모름지기 사형에 해당된다" 고소를 당한 소크라테스는 배심원들 앞에서 조금도 굽힘 없이 자신의 소신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아테네 시민들이여! 만일 나에게 지금까지의 진리 탐구의 생활을 그만둔다면 석방해 준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느 때처럼 다음과 같이 말할 것입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복종하기보다는 오히려 신에게 복종하겠습니다. 그리고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힘이 미치는 한, 지혜를 사랑하라고 여러분에게 권하겠습니다" 당시는 30세 이상으로서 국가 채무가 깨끗한 아테네 시민이면 누구나 배심원에 지망 할 수가 있었다. 단, 그 지망자가 많을 경우에는 당일 추첨하여 500명을 뽑았는데, 소크라테스의 변론 후 치뤄진 투표 결과 60표 차이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었다. 그때 자신의 형량에 대한 발언권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이 사람에게는 영빈관에서 평생 무료 식사를 하는 대접을 받게 해주십시오 여러분은 올림픽 경기의 우승자에게 그런 대접을 하지만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경기에 이기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여러분을 즐겁게 할 뿐이지만 나는 여러분을 행복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다가 나는 가난하므로 부양을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잘못하면 사형 선고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재판관들 앞에서 조금도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소신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이번 사건은 나에게 매우 유익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죽는 것을 옳지 않다고 봅니다. 죽음이란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이 완전한 허무로서 모든 감각이 없어진다면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잠든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죽음이란 벌이 아니라 굉장한 소득일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죽음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서 저승으로 가는 것이라면, 그것은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제 우리는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기 위하여 이곳을 떠납니다. 그러나 우리들 중에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오직 신만이 알 것입니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을 때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변호할 양으로 단상으로 뛰어 올라 가서 소리쳤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나는 일찍이 이 단상에 올라온 자 중에서 가장 젊지만..." 여기까지 말했을 때 재판관들로부터 꾸짖음을 당했다. "내려와! 내려와!" 할 수 없이 단상을 내려와야 했던 플라톤의 당시 나이는 29세였다. 유죄 판결 후, 소크라테스는 고소인이 요구한 사형 형벌에 대해 의의를 제시했다. "본인은 아테네를 위해 신이 제시한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믿는다. 따라서 본인에게 알맞은 형벌은, 국가의 다른 공로자들처럼 앞으로 국비로 향응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그러나, 최후로 친구들의 간절한 권유에 따라 30므나의 벌금을 제시했다(이때 플라톤이 보증인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주었다) 그런 다음, 투표를 실시한 결과, 360표 대 140표가 나와 220표 차이로 그에게 사형이 결정되었다. 당시 법률에 의하면 사형 선고를 받게 되면 24시간 이내에 처형을 받게 되는데, 그때 마침 델로스 섬으로 아폴로 신과 아르테미스 신(아폴론의 쌍동이인 여동생)에게 생일의 감사 재물을 바치러 배가 떠나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배가 돌아올 때까지 그 집행이 연기되었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생일은 소크라테스의 생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옥중에서 다음과 같은 찬가를 지어 읊었다. 어서 오소서, 델로스의 주인 아폴론이여! 어서 오소서, 아르테미스여! 품격 높은 아들들이여! 소크라테스의 제자 중 가장 열렬한 숭배자인 아폴로도로스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선생님! 당신께서 아무 죄도 없이 사형에 처해지는 것은 정말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제자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미소를 짓는 얼굴로 말했다. "사랑하는 아폴로도로스여! 너는 내가 죄없이 사형에 처해지는 것보다도 오히려 죄가 있어서 사형에 처해지는 것을 보기를 희망하고 있었던가?" 사형 선고가 구형된 지 한 달 후 소크라테스의 아내가 감옥에 갇혀 있는 그에게 면회를 가서 탈출을 권유하면서 말했다. "당신은 부당하게 사형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그러면 당신은 내가 정당하게 사형되기를 원하오?" 소크라테스가 옥중에 있을 동안 그의 친구들은 비밀리에 탈옥 준비를 갖추어서 그에게 몇 번이나 권면해 보았다. 제선이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는 그의 친구 클리톤이 밤중에 그를 몰래 찾아가 다시 한번 탈옥을 간곡히 권했다. "이 재판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자네의 죽음은 자신은 물론 친지와 제자들 모두의 불행이야! 돈은 얼마나 들더라도 관리들을 매수 할 테니 제발 탈출하게나" 그러나, 그는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며 말했다. "내가 재판을 받을 때에는 그 결과가 내게 이롭건 해롭건 그 재판의 결과에 복종할 것을 서약한 것이네. 이제 나에게 사형이라는 불리한 판결이 내렸다고 해서 이에 응하지 않고 탈옥 도주한다는 것은 부정이요, 배신이야. 우리는 국법의 보호를 받고 살아가고 있네. 국가의 법률이 지금 나를 향해서 죽으라고 명령하였다면, 설사 국법이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배반할 수는 없는 것이네.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일세. 우리는 절제할 줄 알아야 하네. 절제는 무절제 보다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일세. 우리는 중용을 지켜야 하네. 과장은 자기를 손상시키고 또 자기의 치욕이기 때문일세. 우리는 공사를 버려서는 안 되네. 사회의 안녕이 동시에 개인의 안녕이기 때문일세. 우리는 국법에 복종해야 하네. 준법은 우리 자신과 국가에 대해서 최대의 이익을 낳기 때문일세. 우리는 유덕한 생활을 해야 하네. 덕은 신과 인간으로부터 최대의 보수를 받기 때문일세" 최후 날, 그 전날 밤부터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베는 자식들과 함께 남편 곁에서 보냈다. 아침 일찍 찾아온 그의 친구들을 보자마자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여보, 드디어 이것이 마지막이로군요! 친구들이 당신에게, 당신이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제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게 하고는, 그는 친구들과 오랜 시간에 걸쳐 '영혼의 불멸'에 관해서 변함없이 문답을 주고 받았다. 드디어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 간수들이 독인삼을 담은 그릇을 가지고 들어왔다. 사형 집행 시간이 일몰로 정해져 있는데, 대개의 사형수들은 음식을 원대로 먹거나 여자를 불러 욕정을 채우기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들어오는 간수를 보자마자 이야기를 마치고는 목욕을 하고 독배를 들이킬 준비를 하였다. 이때 아폴로도로스가 훌륭한 죽음의 나들이 옷을 선물하면서 마지막 부탁을 드렸다. "선생님 부디 이걸 입고 돌아가십시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나무랐다. "뭐야? 내가 입은 옷이 입고 살기에는 지장이 없었는데, 입고 죽기에는 너무 허름하다는 말인가?" 그러고 나서, 그는 간수가 건네준 독인삼 잔을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자, 이를 지켜 보고 있던 친구들과 제자들은 눈물만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소리내어 우는 자도 있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꾸짖었다. "이 무슨 망측한 꼴인고? 그러길래, 내가 부인들은 돌려보낸 게 아닌가?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말일세. 사람은 조용히 죽어야 한다고 나는 들어왔네. 그러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참게나!" 독배를 마신 후, 소크라테스는 옥리의 지시로 잠시 동안 감옥 안을 거닐다가 다리가 점점 무거워지자 침대에 가서 드러눕더니 덮개로 얼굴을 가렸다. 독 기운은 발끝에서부터 위로위로 서서히 기어올라왔다. 그러다가 배 부분까지 차가워졌을 때였다. 그는 잠깐 얼굴 덮개를 벗기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친구에게 말했다. "클라톤! 내가 아스클레피오스(의약의 신)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네, 갚아 주겠나?" 그러자, 크리톤이 울먹이며 대답했다. "반듯이 갚아 주겠네! 다른 부탁은 없는가?" 그러나, 침대에서는 아무 대꾸가 없었다. 결국 운명한 것이다. 이 날이 기원전 399년 4월 27일이었다. 소크라테스는 평생 한 편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저술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의 제자였던 크세노픈이 쓴 "소크라테스의 추억"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그는 언제나 신의 명령에 따라서 행동할 만큼 경건하였고,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극기심이 강하였고, 선악의 결정에 있어서 한번도 그릇됨이 없을 정도로 현명하였고, 또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하고 가장 행복한 인간이었다" 소크라테스가 죽자, 한 비극 시인은 아테네인들을 책망하며 이렇게 탄식했다. "너희들은 뮤즈(시의 신)의 매우 현명한 휘파람새(봄이 옴을 알리는 새)를 죽여 버렸어, 죽여 버렸다고" 소크라테스를 사형시킨 아테네 시민들은 곧 이를 후회하여, 소크라테스가 생전에 곧 잘 젊은이나 소피스트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곤 하던 씨름판이나 체육관을 폐쇄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고소인 메레토스는 사형에 처해졌고, 그밖의 고소인들도 추방당했다. 추방당한 아뉴토스는 헬라클레이아로 도망쳤으나 그곳에서도 추방당하고 말았다. 또한 아테네 시민들은 조각가인 리시포스로 하여금 소크라테스의 동상을 만들게 하고 이를 폼페이언(보물상자)에 장식하여 그 공을 길이 기렸다. 소크라테스의 사후에 그의 가르침을 밑바탕으로 한 여러 학파가 생겨났는데, 플라톤 학파, 키니코스 학파, 키니크 학파, 메가라 학파, 엘리스 학파가 그것이다. 2. 이상주의 철학의 시조 플라톤 플라톤(427-347 B. C.)은 기원전 427년 5월에 아테네에서 세습왕정인 아티케의 마지막 왕인 코도르스 후예인 아버지 아리스톤과 펠레폰네소스 전쟁 직후에 30인 과두정권의 참주 정치를 이끌었던 크리티아스의 사촌 여동생이자 정치가 카르미데스의 친여동생인 어머니 페리크티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는 일찍 운명했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페리클레스와 절친한 퓌릴람페스라는 사람과 재혼하였다. 플라톤이 태어난 해는 27년간이나 계속 되었던 펠레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난 지 5년 째 되던 해였다. 이 전쟁은 플라톤이 24세 되던 해에 아테네의 패배로 끝나게 된다. 아테네 군이 불리한 형세에 있었고, 아테네에서는 흑사병이 돌아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던 때였다. 이렇게 어수선한 때에 플라톤은 태어났다. 초기에 플라톤은 디오니시오스에게서 읽고 쓰기를, 클라튜로스에게서는 철학을, 체육은 아리스톤이라는 체육 교사에게서 배웠다. 체육 교사는 그가 건장하고 좋은 체격에 이마가 넓었기에 '넓다'라는 뜻을 지닌 '플라톤'이라고 그를 불렀는데, 결국 그의 이름이 되어 버렸다. 플라톤 이전의 그의 이름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리스토클레스였다. '아리스토클레스 플라톤!' 기병으로 복무하던 19세부터 5년 동안 그는 몸이 건강하여 이스트모스 경기에 나가서 두 번이나 우승하기도 하였으나, 그는 당시 명문 출신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정치가가 되려고 하였다. 그의 두 형들(아데이만토스, 그라우콘)도 정치가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디오니소스 학교에서 여러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며, 호머나 소프론 등의 시도 애독하면서 그 자신도 많은 시를 썼다. 또 그는 음악과 회화 공부도 했고, 비극을 쓰기도 했다. 후대에 남아 있는 그의 시 중 몇 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의 아스테르여 너는 하늘의 별을 우러러본다. 나는 아아, 하늘이 되고 싶구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눈으로 너를 보기 위해서. "성학자 아스테르에게" 전문 아같톤에게 키스를 할 때 나의 영혼은 입술 위에 있었다. 귀여운 나의 영혼은 그 아이의 입술로 옮겨 앉으려고 거기에 왔던 것이다. "아가톤에게" 전문 나는 사과 나를 해방시켜 주시는 분은 그이를 지극히 사모하는 분 고개를 젓지 마소, 크산티페여. 나나 그이나 썩어 없어지는 몸이 아니던가. "크산티페에게" 전문 21세 때 소크라테스는 어느 날 자작의 극시를 한 편 들고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열리는 비극 경연 대회에 참가하러 나갔다가 그 극장 앞에서 하는 소크라테스의 강연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 순간 그는 인생 방향을 바꿨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가 가지고 갔던 비극 대본을 불 속에 던져 태워 버리면서 외쳤다. "플라톤은 이제 당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는 곧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입문하였다(그 전에는 그는 헤라클레이토스에 속해 있던 클라튜로스에게서 배웠었다) 평소 플라톤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야만인으로 태어나지 않고 그리스인으로 태어난 것과 노예로 태어나지 않고 자유인으로 태어난 것, 그리고 여자로 태어나지 않고 남자로 태어난 것, 특히 소크라테스 시대에 태어난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처럼 세 차례 출정했는데, 한번은 코린토스에, 한번은 데리온에, 또 한번은 티나글리에 참전했으며, 그중 데리온 전투에서는 훈장까지 받았다. 플라톤은 20세부터 소크라테스가 죽을 때까지 8년 동안 그로부터 철학을 배웠다. 스승의 처형은 28세의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후부터 그는 민주주의를 경멸하게 되었고, 정치가가 되려는 꿈을 깨끗이 단념해 버렸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구출하고자 갖은 애를 썼다. 이 때문에 그는 민주파 지도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되었다. 위협을 느낀 그는 스승이 처형 직후 몇몇 친구들과 함께 메가라로 망명하였으며, 그곳에서 메가라 학파 창시자인 유클리테스 집에 기거하면서 또 다른 철학자 깨달음을 얻었다. 그 후 몇 년 뒤 아프리카의 키레네에서 데오도로스에게 수학을,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여행한 이집트에서는 예언자들과 승려들에게 수학과 천문학을, 여행 중에 들른 남부 이탈리아에서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거두인 필로라오스와 율리토스에게 학문을 각각 배웠다. 그런 후 멀리 페르시아의 마고이로 가서 더 배울 작정이었으나, 아시아에서의 전쟁 때문에 할 수 없이 아테네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 긴 여행 도중 그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필로라오스의 저서를 비싼 값에 사가지고 돌아왔다. 이는 훗날 "티마이오스"의 집필에 참고 자료가 되어 주었다. 기원전 387년 그의 나이 41세 때, 그는 시칠리아 섬에 있는 에트나 화산의 분화구를 구경갔다가 그곳 시라쿠스 왕궁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그때 참주 디오니시오스 1세가 그에게 물었다. "참주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플라톤이 답변했다. "오로지 우월자인 참주의 이익만이 최고의 목적이 아닙니다. 다만 참주께서 덕에서도 월등한 자라면 얘기는 다르지만" 다시 왕이 물었다. "전제 군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오? 이것은 용감한 사람에게만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러자, 플라톤은 이렇게 단호히 말했다. "전제 군주는 비겁한 자 중에서도 가장 비겁한 자입니다. 왜냐하면, 목숨을 두려워하기를 이발사의 면도칼을 두려워하는 자와 다름이 없으니까요" 그러자, 격분한 왕이 소리쳤다. "그대의 이론은 늙은이의 냄새가 나도다" 이에 플라톤은 다음과 같은 말로 대항했다. "당신의 이론에는 참주 냄새가 나는군요" 이 때문에 왕은 분을 참지 못하고 처음에는 그를 살해하고자 했으나, 왕의 처남인 디온(당시 21세)이 간곡히 만류하여 그 음모를 중단하고, 마침 그때 스파르타에서 온 사절 폴리스에게 넘겼으며, 그 사절은 돈을 받고 그를 노예로 팔아 넘겨 버렸다. 노예 시장에 매물로 나온 플라톤을 다행히 키레네의 안니케리스(아리스티포스 학파)가 20므나에 사서 풀어 주었다. 나중에 아테네 동료들이 그 돈을 마련하여 안니테리스에게 보내 주었다. 그러나, 그는 사양하며 말했다. "그들만이 플라톤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끝까지 그는 그 돈을 받지 않았다. 한편, 플라톤을 노예로 팔아 넘긴 폴리스는 아테네의 장군 카부리아스에게 격파 당한 후, 대지진 때에는 배와 함께 파도에 삼켜져 헬리케에서 익사했다. 이 비보를 전해 듣고 마음이 편치 않던 디오니시오스 1세는 플라톤에게 편지를 보내 '제발 나를 나쁘게 생각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플라톤은 간략한 답신을 왕에게 보냈다. "바빠서 디오니시오스의 일 따위를 생각할 짬이 없었소이다" 디오니시오스 1세의 처남이며 플라톤을 구해 주어 친해지게 된 디온은 플라톤보다 20세나 연하였는데, 플라톤의 정치 사상에 깊은 감명을 받아 그의 신봉자가 되었다. 그는 후에 조카인 디오니시오스 2세를 철인 정치가로 만들기 위해 플라톤을 다시 시라쿠스로 초대했다. 플라톤은 기원전 387년에 노예로 팔렸다가 곧장 12년간의 여행 편력을 마치고는 아테네로 돌아와 아카데미아 학원을 설립하였다. 장소는 영웅 아카데모스에게 헌당되어 그의 이름이 붙여진 성 밖의 숲 속에 있는 체육장 부근이었다. 그는 학원 입구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는 문구를 써서 붙였으며, 실내에다는 교육 이념인 '진리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는 사랑의 신 에로스 상을 안치하여 놓았다(이 학원은 기원 후 525년 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에 의하여 폐쇄 명령을 받을 때까지 무려 900여 년 동안이나 계속 되었는데, 오늘날 대학의 효시가 되었다) 플라톤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면서 제자들을 친자식인 것처럼 사랑하였으며, 청소년들을 인격 교육에 중점을 두고 교육했고, 특히 그들을 사회 지도자로 육성하여 이상 사회를 건설하고자 갖은 애를 썼다. 그러면서도 많은 저술을 펴냈는데, 특히 그가 10여 년에 걸쳐 형이상학, 신학, 윤리학, 심리학, 정치학, 예술론, 공산주의 이론, 사회주의 이론, 부인 해방론, 산아 제한론, 우생학, 자유 교육론 등의 내용을 담은 "국가"는 당대 철학을 집대성해 놓은 것이다. 처음에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처럼 문답식으로 답론하였으나, 만년에 이르러서는 연속적인 강의식으로 바뀌었다. 그의 강의는 매우 유명하여, 부인들도 남장을 하고 들어와 들었으며, 농부들도 농사일을 하다 말고 들어와 경청할 정도였다. 아리스토텔레스도 18세 때 이곳에 와서 플라톤이 죽을 때까지 근 20년 동안 그의 강의를 들었다. 플라톤은 최상의 국가에 대해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철학자가 국가에서 왕이 되든가, 아니면 이른바 현재의 왕이나 권력자들이 진정으로, 또한 충분히 철학을 하든가 하여, 국가 권력과 철학이 하나로 일치되지 않으면 국가나 인류는 화를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이러한 가르침을 받았던 그의 제자들 중 훌륭한 정치가와 입법가들이 훗날 많이 배출되었다) 기원전 367년 61세 때 플라톤은 디온으로부터 한 편지를 받았다. "디오니시오스 1세가 죽고 그 뒤를 이은 젊은 왕 디오니시오스 2세는 철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당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가장 좋은 기회이니, 빨리 서둘러 시칠리아로 와 주셨으면 합니다" 이 편지를 대한 플라톤은 젊은 왕의 변덕이나 뒤에 남아 있게 될 제자들의 장래 일들을 걱정하면서도, 성공했을 경우의 영향 등을 고려하여 마침내 마음을 정하고 시칠리아로 건너갔다. 플라톤이 배에서 내렸을 때 디오니시오스 2세는 그를 친절히 예우하며 환영해 주었다. "나의 통치 시대에 큰 행운이 찾아왔노라!" 왕은 여태까지의 사치스런 향연은 되도록 삼가고 궁정의 모습을 쇄신시켰다. 모든 사람들에게 학문이나 철학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왕궁은 깔려 있는 모래 위에다 기하의 도형을 그리는 자들이 많아 그 모래 먼지도 가득 채워질 정도가 되었다. 하루는 연례 행사 때 신관이 평소 해 오던 대로 기원을 드렸다. "수만 대에 걸쳐 참주의 치세가 조금도 흔들림 없게 해주시기를!" 그러자, 왕은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그만 두게나, 나를 저주하는 말을!" 디온의 반대파들이 디온에 대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헛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디온의 반대파 수령인 피리스토스의 손에 의해 쓰여진 음모의 편지가 왕에게 전달되었다. 왕은 그 편지를 보고 화가 나서 디온을 국외로 추방해 버렸다. 이 때문에, 플라톤도 잠시 성 안으로 옮겨져 연금 되었다. 그것은 플라톤을 둘러싸고 디온 일당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 두려워서였고 또 그의 귀국을 방해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던 중 시칠리아와 남 이탈리아의 루카니아 사이에 전쟁이 시작되었으므로 플라톤은 1년 만에 풀려나 아테네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시칠리아로부터 돌아온 플라톤은 아카데미아에서 오직 제자 양성과 대화편의 저술에 5년 동안 전념하였다. 이 무렵 추방된 디온도 플라톤 밑에서 학문을 배우면서 플라톤의 제자들과 깊은 우정을 맺었다. 그러던 중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편지가 왔다. 디온에게는 귀국을 1년만 기다려 줬으면 하며, 플라톤에게는 빨리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였다. 디온은 플라톤에게 먼저 들어갈 것을 끈질기게 권했으나 플라톤은 사양했다. 그러나 왕은 포기하지 않고 아르키타스의 친구 아르케데모스와 플라톤의 친지들을 보내어 간청했으며, 최고의 예우를 한다는 의미로 3층 짜리 운송선까지 보내어 그의 환심을 사고자 했다. 왕의 친서에는 자기 소원만 들어준다면 디온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준다고 쓰여 있었으며, 거기에는 아르키타스와 탈라스의 옛 친구들이 쓴 편지들도 동봉되어 있었다. 그래서 플라톤은 세 번째 시칠리아로 갔다. 플라톤이 시칠리아에 도착했을 때 아주 성대한 환영 행사가 펼쳐졌다. 왕 뿐만 아니라 섬 전체가 환영을 해주었다. 서민들은 철학이 참주정치를 압도하고 승리하기를 원했다. 여자들이나 어린애들도 그의 도착을 기뻐했다. 플라톤의 한 친구가 일식을 예언하여 왕으로부터 많은 돈을 받았다. 그러자, 아리스티포스도 예언을 했다. "머지 않아, 플라톤과 디오니시오스 사이가 나빠질 것이다" 그의 예언대로, 얼마 후 둘 사이는 벌어지고 말았다. 플라톤이 왕과 디온의 화해를 주선하려 했으나 디온의 정적들의 모함으로 실패하게 된 것이었다. 왕은 디온에게 송금하는 것을 금지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재산을 몰수해 버렸고, 플라톤 또한 궁정 밖으로 옮겨져 적의를 품고 있던 용병들에게 맡겨졌다. 곤욕과 함께 신변의 위협을 느낀 플라톤은 아르키타스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아르키타스는 사절을 보내어 플라톤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이별을 고하는 자리에서 왕은 플라톤에게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당신의 친구들한테로 가서 나를 매도하겠군요?" 그러자, 플라톤이 대답했다. "나의 아카데미에서는 학문에 관한 일을 빼놓고 당신을 화제로 삼아야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요" 이때가 기원전 360년(그의 나이 67세)봄날이었다. 시칠리아를 떠난 플라톤은 달라스에 잠시 체류한 후 올림피아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디온을 만났다. 그의 얘기를 다 들은 디온은 매우 흥분하여 복수를 결심하고서 플라톤에게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나 플라톤은 같은 연배가 아니라는 것과 싸움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 다고 하면서 디온의 청을 거절했다. 그 뒤 몇 년 후 디온은 부하들을 이끌고 시칠리아로 건너가 디오니시오스를 몰아내고 민주정치를 수립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디온의 반대파에게 매수된 혁명의 동지이며 아카데미아의 동문이었던 아테네의 칼리포스에게 암살되어 비명에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플라톤은 매우 상심하며 아카데미아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북쪽의 강성해진 마케도니아 때문에 시끄러워진 정치와 세상을 멀리하며 조용하게 제자 양성과 철학 연구 및 저술에만 여생을 바쳤다.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머리에서부터 물을 흠뻑 뒤집어 쓰고 오는 비에 흥건히 젖은 채 비맞은 병아리처럼 길바닥에 서 있었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딱하게 여기려는데, 마침 플라톤이 그 자리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진정으로 그를 딱하게 여긴다면 당신들은 이곳을 빨리 떠나야만 될 게 아니겠소?" 사람들은 플라톤에게 와서 물었다. "선생님은 디오게네스가 어떤 인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플라톤이 답변했다. "그 사람은 미치광이 소크라테스지" 기원전 347년 81세 때 플라톤은 한 제자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밤늦게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다가 조용히 눈을 감게 되었다. 그의 최후 장면은 다음과 같다. "페르시아의 영토 바빌로니아의 가르디아 지방으로부터 손님이 찾아와 있었다. 그때 어떤 트라케 여인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실수를 했다. 그러자 플라톤은 병에 시달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알아내고 손가락 끝으로 손짓을 보냈다. 손님이 이걸 보고는 '플라톤은 굉장한 그리스인이다'라고 감탄했다. 신열은 밤이 되면서 더욱더 높아져서 날이 새기 전에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죽음은 당시 마케도니아의 영웅이며 왕이었던 필리포스까지도 경의를 표했으며, 그의 유해는 아카데미아에서 모든 제자들의 전송을 받았다. 또한 그의 장례식에는 아테네의 전 시민은 물론 이웃의 많은 사람들까지 와서 그의 영구를 따라 묘지에까지 갔다. 플라톤은 그의 전 생애 가운데 전기(29-41세), 중기(41-61세), 후기(61-81세)에 걸쳐 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 중에서 전기의 "변명"과 "크리톤", 중기의 "파이돈"과 "향연"은 그의 4복음서라 일컬어지고 있으며, "변명"과 "서간집"을 제외한 그의 모든 저서는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각 사물에는 각기 그 이데아가 있다. 삼각형에는 삼각형의 이데아, 아름다움에는 아름다움의 이데아가 있듯이. 사물의 수만큼 이데아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데아는 모두 완전한 것이요, 따라서 좋은 것이므로 결국 모든 이데아는 '선의 이데아로'로 귀일 한다. 그것은 마치 태양이 만물에게 빛을 쪼이어 자라나게 하고, 또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사물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선의 이데아'는 모든 이데아의 근거요, 모든 이데아의 원인이요, 전 세계를 지배하는 이성이다. 그런데 그 이데아는 육체의 눈으로는 인식할 수 없고, 마음의 눈, 즉 순수한 이성적 사유에 의해서만 인식될 수 있다" 플라톤이 말하는 에로스는 다음 몇 단계를 거친다. "에로스의 첫 단계는 아름다운 육체의 사랑이다.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 시들고 나면, 다음에는 영혼 속에 있는 아름다움에 반하게 되고, 그것을 알고 난 다음에는 무한한 지식에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플라톤의 "향연"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에로스는 포로스와 페니아 사이에서 태어난 신인데, 이는 항상 지혜에 대한 부단한 사랑에 젖어 있다. 지혜란 다름 아닌 이데아의 인식이다. 그러므로 이데아에 대한 사랑이 바로 철학이다. 그런데, 사랑의 성취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다. 영혼의 감옥인 육체의 얽매임에서 온전히 벗어나 순수한 자립적인 영혼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데아를 보게 된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정의 국가를 실현하려면 이데아를 직관 할 수 있는 철학자가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고 했다. 일명 '철인 정치'이다.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즉 정치 권력과 철학이 결부되지 않으면 국가에 있어서나 인류 사회에 있어서나 간에 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플라톤이 말하는 예술가 추방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연물은 참다운 실제인 이데아의 모방이요, 예술은 이 모방물을 또 모방한 것이므로, 참다운 실제의 인식을 방해한다. 따라서 시인을 비롯한 예술가는 이상 국가에서 추방 되어야 한다" 플라톤의 상이 아카데미아에 세워졌는데, 그 상을 만든 페르시아인은 거기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새겨 넣었다. "오론토바데스의 아들, 페르시아인 미토라데테스, 실라니온이 만든 플라톤의 초상을 뮤즈 신에게 바친다" 플라톤의 유언장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플라톤은 다음의 것을 남겨 물려준다. 아피스티아다이 땅, 그 땅은 어떤 사람에게도 팔아 넘겨서는 안된다. 될 수 있는 한 어린이 아데이만토스의 것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내가 칼리마코스로부터 사들인 땅, 은 30므나, 무게 165드라코마의 은제 접시, 무게 45드라코마의 컵, 금반지 및 귀고리, 합쳐서 무게 4드라코마와 3오보로스, 석공 유클리데스에게 3므나를 빌려준 것과 여종 아르테미스는 자유롭게 해준다. 종 4명을 남긴다. 재산 목록에 기록된 가구, 이 사본은 데메토리오스가 소유하라. 부채는 없다" 다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은 플라톤의 비문 내용이다. 케크로푸스의 유명한 땅에 올라와 황송한 맘으로 그의 거룩한 사랑의 제단을 쌓았다. 이 스승 중의 스승을 기리면서 못된 무리의 칭송마저 옳지 못함은 이 스승이라. 남이야 어떻든 이 스승만은 남보다 앞장서서 몸으로 말로 분명하게 착한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고 가르쳤느니 요즘 세상에는 이 가르침을 지킬 수 있는 이 다시 없으리.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플라톤의 영전에 보내 온 글귀는 다음과 같았다. 인간 세상에 보내고 싶구나 보에보스는 아스클레피오스와 플라톤을 한 사람은 인간의 영혼을, 다른 한 사람은 육체를 구원하겠다고 결혼 잔치보다 하늘나라에 그 스스로가 쌓아 놓은 천성을 향해 가누나. 플라톤은 평소 얼굴과 신체가 아름답고 튼튼했다. 약간 올라간 어깨, 가는 목소리, 매우 조심스럽게 웃곤 하던 플라톤! 그의 비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건전한 사려, 바른 성격이 남보다 뛰어나 신과도 같은 아리스토클레스 이 쌍에 잠들다 지혜 때문에 절찬을 받는 자 그를 놔두고 달리 누가 있으랴 질투도 그 몸에 미치지 못하리. 훗날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다. "철학은 플라톤이요, 플라톤은 철학이다" "도서관은 불타도 좋으나, 플라톤의 '국가'는 불타서는 안 된다" 그리고, 화이트 헤드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 철학의 전통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으로 되어 있다" 버어테트도 다음과 같이 한마디했다. "서양 문화의 가장 좋은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플라톤에 그 원천이 있다" 3. 현실주의 철학의 시조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384-322 B.C.)는 기원 전 384년에 마케도니아에서 가까운 전원 도시인 스타게이라에서, 마케도니아 왕 아뮨타스 2세의 궁정 의사이자 모친 파이스티스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때 그의 고향은 이미 마케도니아의 지배하에 있었다. 어린 시절에 그는 궁정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가족들과 함께 마케도니아의 수도인 펠라에서 부유한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의 의술을 도와 해부학 등을 배우고 익혀 가업을 이어가고자 하였다. 그때 그는 생물학 방면에 많은 흥미를 갖게 되었고, 이것은 나중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관찰을 기초로 삼고 있는 그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화려한 의복에 반지를 끼고 단정하게 조발을 하고, 외모에 유난히 남다른 치장을 하고 다녔는데, 그 이유는 야위고 작은 키에 가느다란 다리, 대머리에 작은 눈에다가 혀가 굳어 말까지 더듬거리는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는 굉장한 미식가이기도 했다. 10세 전후에 그는 양친을 다 여의고 고아가 되었다. 그래서 친척인 프로크세노스의 외아들을 양자로 맞아들여 양육해 줌으로써 그 은공을 갚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67년에 플라톤이 시칠리아에 가고 없을 때, 아테네로 올라와서 소크라테스의 웅변 학교를 거쳐 문예, 체육 등의 기초 교육을 받았다. 또한 호머의 작품을 탐독하였고, 플라톤의 저서와 철학 서적들을 읽다가, 플라톤이 돌아오자 곧 아카데미아 학원에 들어갔다. 그때 그의 나이 18세 였고, 20여년 동안 스승의 강연을 들었다(그 전에 방탕 생활, 군인 생활, 돌팔이 의사 생활도 했다고 한다)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아카데미아의 누우스(nous:슬기로운 사람)'라고 부르며 몹시 총애하였는데, 간혹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의 시간에 지각이라도 하면, '정신이 결여 되어 있다. 청중은 귀머거리다'라고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었다. 그러다가 그가 출석하게 될 때에야 비로소 수업을 시작하곤 할 정도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고 많은 투자를 하였다. 그래서 사설 도서실을 만들어 놓고 도서 분류법을 창안하여 사용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집을 '독서가의 집'이라고 불렀다. 닥치는 대로 독서에 빠져드는 그를 두고 플라톤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고삐가 필요하다" 그는 이처럼 아카데미아 학원에서도 이름난 제1의 독서광이었다. 그는 독서를 하다가 잠이 오면 청동구를 들고 그 밑에다가 양철 그릇을 놓아두었다 그 이유는 청동구가 그 그릇에 떨어지면 큰소리를 내게 되고 그러면 졸음을 쫓아내는 식이 되므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남다른 노력과 재능으로 철학의 기초를 다진 아리스토텔레스는 점차 스승인 플라톤과의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그리하여 마침내 스승의 철학을 비판하게 되었다. 그러자, 플라톤은 그를 다음과 같이 비난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미젖을 다 빨아먹고 발로 차는 망아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성격은 겁이 많고, 우유부단하며, 현실 도피적이고, 나약하였으나, 그 대신 세심하였다. 스승인 플라톤은 유난히 멋을 부리는 멋쟁이였고, 주제넘게 행동을 하고, 입버릇이 나빴다. 그러나 생존 중인 스승을 등지고 자기 학교를 세운 아리스토텔레스를 여전히 아끼고 사랑하여, 그를 가리켜 '학교의 정신'이라고 불렀다. 이리스토텔레스도 플라톤의 "파이돈" 강독을 끝까지 청강하고, 플라톤이 죽을 때까지 강연을 열심히 들어 스승에 대한 그의 존경과 애정을 입증했다. 어느날, 한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물었다. "곧 낡아지는 것이 무엇이오?" 그러자, 그가 답변했다. "감사하는 마음!"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결코 잃지 않았다. 그는 플라톤의 비문에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플라톤이 81세의 고령으로 정신이 약간 시원찮았던 어느날(그때는 마침 플라톤의 수제자인 크세노크라테스가 부재중이었으며, 스페우시포스도 병환으로 있었을 때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기의 많은 제자들을 이끌고 아카데미아로 가서 플라톤과 논쟁을 시작하여 스승을 긍지에 몰아넣어 마침내 넓은 홀에서 내쫓아 버렸다. 나중에 이를 안 크세노크라테스가 이리스토텔레스를 크게 나무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학설을 비판할 때면 마음의 괴로움도 함께 호소했다. 그는(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보편적 선이란 어떤 의미에서 하는 말인가, 이것을 잘 생각해 보고 조금이라도 의심 난다고 생각되는 곳이 있다면 낱낱이 들춰보는 것도 아마 좋은 일일 것이다. 진리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기의 것까지도 부수어 버릴 수 있는 것이 더욱 좋은 일이며, 또 생각건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철학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가 친하지만 그 친구보다도 진리를 존중하는 편이 더 한층 경건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리스토텔레스가 38세 때인 기원전 347년에 플라톤이 세상을 떠나자 그는 아테네를 떠났다. 그것은, 플라톤이 죽자 그의 누이 동생의 아들 스페우시포스가 아카데미아 학원의 학장이 되었는데, 그가 수학적 사변적 경향으로 학풍을 끌어갔기 때문이었다. 아테네를 떠난 38세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친한 동문인 크세노크라테스와 함께 헤르미아스의 초청을 받아 소아시아로 건너갔다. 헤르미아스는 당시 소아시아에서 아스소스왕으로 있었는데, 그도 아카데미아 학원 동문 중 한 사람이었다(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가리켜 '자갈을 필요로 하는 준마'라고 하였고, 크세노크라테스를 가리켜 '박차가 필요한 당나귀'라 하였다. 이들은 이렇게 대조적이면서도 아주 친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스소스 왕의 후원을 받아 아스소스에다 아카데미아 학원 분교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왕이 사망하기까지 3년 동안 철학 강의를 하였다. 이 기간 동안 그는 헤르미아스의 조카이자 양녀이던 티피아스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헤르미아스의 양해를 얻어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그는 아테인들이 여신 데메트리에게 바치는 것과 같은 희생과 헌신을 그녀에게 바쳤다. 둘은 딸 하나를 낳아 길렀다. 그러나, 얼마 후 그녀가 죽자, 그는 자신의 고향인 스타게이라 태생 헤르폴리스와 동거하여 니코마코스라는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리고는 뮈틸레네로 가 그곳에서 2년 동안 생물학 분야를 깊이 연구하였다. 기원전 342년 43세 때 그는 당대 최고의 군주요 아뮨타스 2세의 아들인 마케도니아의 필립 왕으로부터 알렉산드로스 왕자의 스승으로 초빙되었다. 헤르미아스가 필리포스왕과 친밀한 관계였던 것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버지가 마케도니아 왕조의 궁정 시의였던 그 초빙에 한 몫 기여하고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당시의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명성이 그 초빙이 이루어지게 한 것이었다. 당시 13세이던 왕자 알렉산드로스는 공부보다는 말타기, 활쏘기, 술 마시기 등에 더 관심이 많았고, 성질이 난폭하여 다루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곧 왕자에게 질려 가르치는 것을 싫증내고 말았다. 그렇지만 왕실은 스승을 극진히 대우했으며, 그의 고향인 스타게이라를 재건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여 주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왕자를 교육시키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자, 왕자도 스승의 가르침과 학덕에 차츰 감화되어 열심히 공부하였다. 훗날 알렉산드로스왕은 원정 중에도 신기한 동식물을 발견하면 반드시 스승에게 보내 그 은공에 보답하였다. 알렉산드로스가 부왕의 섭정으로 임명된 기원전 340년, 45세의 아리스토텔레스는 고향인 스타게이로 가서 학문 연구에 전념하였는데, 4년 뒤인 기원전 336년 필립왕이 괴한의 습격으로 사망하고 알렉산드로스가 왕위를 계승하여 페르시아 원정길에 오르게 되자 아테네로 돌아갔다. 그 해는 플라톤이 죽은지 12년째 되던 해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아테네로 돌아갔을 때 모교인 아카데미아 학원에는 제2대 학장 스페우시포스가 자살한 그 뒤를 이어 크세노크라테스가 제3대 학장으로 취임해 있었는데, 그도 또한 수학적 사변적으로 학풍을 몰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동북쪽 교외의 아폴론 신전 부근인 류케이오스 광장에 학원을 설립하여 문을 열고 무보수로 제자들을 가르치며 학문 연구에 힘썼다. 하루는 한 제자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물었다. "거짓말을 하는 자는 어떤 이득이 있습니까?" 그러자 그가 답변했다. "그가 사실을 말한다 해도 믿어 주지 않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느날 한 악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었는데, 사람들은 이를 비난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내가 불쌍히 여긴 것은 그 성격(트리포스)이 아니고 바로 그 인간(안드로포스)이다" 하루는 제자가 물었다. "교양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그러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명해 주었다. "교양은 좋은 환경에서는 장식품이고, 슬픈 환경에서는 피난처이지" 어느날 한 제자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물었다. "교사와 부모 중에서 누가 더 존경할 만 합니까?" 이에 스승이 답변했다. "어린이를 교육하는 교사는 단순히 그들에게 생명을 준 부모보다는 존경할 만하다. 한쪽은 단순한 생명을 준 것에 불과하지만, 다른 한쪽은 좋은 생명을 주었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면서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희망 사항에 대해 정의를 내려 주십시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요구에 다음과 같이 간략히 답했다. "그건 눈을 뜨고 있는 자의 꿈이야" 한 제자가 질문했다. "선생님, 어째서 우리는 미인하고는 오랜 시간 함께 있고 싶어지는 걸까요?" 이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답했다. "그건 장님의 질문이야. 미모는 어떤 추천장보다도 유효하지" 하루는 어떤 사람이 한시도 쉴 사이 없이 떠벌린 다음 겸연쩍게 말했다. "혹시나 폐가 되지는 않았는지요?" 그러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니 천만에 말씀! 나는 한마디도 듣지 않고 있었으니까" 알렉산드로스 왕이 바빌로니아에서 12년 동안 보내 준 막대한 연구 자료와 마케도니아의 그리스 총독 안티파트로스의 비호 아래 그의 학원은 날로 번창하여 학생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질서 유지를 위한 규칙을 제공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학교를 관리하게 하고, 식사도 학교 내에서 공동으로 하게 하였다. 그리고 제자들과 더불어 숲 속을 산책하면서 학문을 논하는 식의 강의는 계속하였다. 그래서 후에 이 학파를 소요학파라 부르게 되었다. 한번은 알렉산드로스 왕을 신으로 예배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칼리네테스(왕의 조카)의 처형에 아리스토텔레스가 항의했다. 그런 이유로 왕은 스승을 멀리하며 그의 학원과 연구 생활을 돌봐 주지 않기로 했다. 그때 스승의 항의에 분개한 왕은 다음과 같은 말로 묵살하였다. "철학자의 사형도 내 권력에 포함되어 있다" 아테네 시민들은 자기들을 지배하고 있는 알렉산드로스 왕과 마케도니아 당에 대하여 반항심을 품고 복종을 거부하며 저항하고자 했다. 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제자인 알렉산드로스 왕을 변호하였다. 이 때문에 그는 아테네 시민들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가 알렉산드로스 왕이 바빌론 원정 중에 열병에 걸려 사망하자 아테네는 환호를 하며 마케도니아 당을 붕괴시켰다. 아테네가 마케도니아로부터 독립한 후,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시민들로부터 알렉산드로스 왕의 측근자로 지목되어 유리메톤에 의해 고소를 당했다. 특별한 죄가 없었으므로 죄목은 신을 모독했다는 곳으로 붙여졌다. 그것은 그가 예전에 헤르미아스 상을 델포이에 세우고 거기에 바친 비문 '덕의 찬가'가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것이다. 그 비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 덕이여, 덧없는 사람의 아들들로서는 얻기 어려운 덕이여. 당신은 생명을 다투어 구하는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노획물. 당신의 아름다운 그 모습 때문에, 아아(소녀)여. 생명을 잃는 것도 수많은 고초를 겪는 것도. 헬라스에서는 영광스런 운명이어니. 당신은 사람들의 마음에 불사의 용기를 던져 주는 황금보다도, 부모보다도, 편안한 잠보다도 나은 용기를 당신을 위해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도, 레다의 아들들도 수많은 곤란을 참아 냈어라. 당신의 힘을 얻고자 당신의 자취를 그리워하면서 아킬레우스도, 아이앗스도 저승으로 내려갔어라. 그리고 또 아타르네오스의 귀여운 아이도 당신의 사랑스런 모습 때문에 햇볕을 빼앗겼어라. 그러니까 그의 행위는 노래로 부르게 하라! 무네뮤슈의 딸들 뮤즈의 여신이여 그를 불멸의 자라고 하라! 손님의 수호신 제우스의 권위와 흔들림 없는 우정의 은혜를 찬양하면서. 이 비문 중 '아타르네우스의 귀여운 아이'가 헤르미아스를 가리키고 있다. 고소자는 헤르미아스와 같은 자를 신과 비교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를 죽인 무리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한 적의를 품고 있는 배심원들과 시민들에 의해서 심판될 운명에 직면하게 된 아리스토텔레스는 위기감을 느끼고는 기원전 323년(62세) 늦여름에 제자인 테오프라스토스에게 학원을 인계해 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마케도니아 세력의 본거지인 카르키스로 피신하였다. "아테네 사람들이 두 번씩이나 철학을 모독하는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아서 나는 아테네를 떠나노라" 아리스토텔레스는 피신한지 1년 만인 기원전 322년(63세) 한여름에 오랫동안 앓아 왔던 고질병인 위장병이 악화되어, 이 땅에 400여권의 저서를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그 중 현존하는 저서는 50여권 밖에 되지 않는다) 그의 유골은 고향인 스타게이라로 운반되어 묻혔다. 후세에 전하는 그에 대한 인물평은 다음과 같다. "그의 철학은 중세 스콜라 철학의 동반자가 되었다" "그의 철학은 중세를 지배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는 유럽 철학에 있어서 바이블과 같은 것이요, 아리스토텔레스야말로 2천년 동안 불려 온 '위대한 철학자'란 칭호에 적합한 인물임에 틀림없다"(듀란트) 플라톤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큰 차이는 다음과 같다. "전자는 순수한 사유에 의해서만 진리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한 반면에, 후자는 모든 지식은 감각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전자는 감각적 현실 세계와 이성적 이데아계의 이원론에 기초 하고 있는데 비해, 후자는 오직 인간의 감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현실 세계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전자는 이데아, 즉 영원 불변의 세계를 주로 문제 삼고 있는 반면에, 후자는 도리어 변화하고 발전하는 생성의 세계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 다르다. 그리하여 전자는 이성적 주지주의적 관념론 내지 이상주의의 원천이 되었는데 비해, 후자는 경험적 감각주의적 실제론 내지 현실주의의 원천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덕치주의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참다운 덕이나 행복은 개인 단독으로서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 즉 국가 속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국가는 개인이나 가족보다도 우위에 있는 것이요, 개인은 국가라는 전체의 한 우연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의 목적은 국민 개인의 유덕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 성원의 사생활과 시민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논법에는 삼단논법(연역법)과 귀납법이 있다. 삼단논법이란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와 같이 무엇인가가 전제로서 주어져 있고, 그 주어진 것과 다른 것이 이것을 통하여 필연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요, 귀납법이란 '사람은 죽는다, 짐승도 죽는다, 식물도 죽는다'처럼 특수한 것으로부터 보편적인 것으로 통하게 하는 통로나 같다. 전자가 보편으로부터 특수 또는 개별을 끌어내는데 비해, 후자는 그 반대인 점이 다르다. 이 중 후자가 전자보다 보다 명료하게, 보다 감각적으로 일반 사람들을 승복시키는 힘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최고선'과 '관조의 덕'은 다음과 같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의 고유한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달성하면 행복해진다. 그리고 그 목적은 사물이 지닌 기능을 잘 발휘할 때 달성된다. 식물은 식욕과 번식을 풍성히 하는데, 동물은 식욕과 감각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데서 행복한 상태에 이르는데 비해, 인간은 식욕과 감각이라는 정욕과 그리고 이성을 잘 조화시키는데서 행복한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의 건전한 이성적 활동, 즉 덕에서 온다" "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실천적 덕(윤리적 덕)과 이론적 덕(지적인 덕)이 그것이다. 전자는 인간의 이성적 활동을 촉진하여 정욕을 억제하는 도덕적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하며, 후자는 순수한 이성 자체의 활동에 의한 것을 말한다. 전자는 후자로 가는 과정이다. 진리를 관조하는 덕에는 오는 행복은 그 중에서도 최고의 행복이다" 4. 키니코스 학파의 시조 안티스테네스 안티스테네스는 아테네에서 아테네 시민인 부친 안티스테네스와 트라케인인 모친 트라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그의 어머니가 트라케인이라고 하여 욕을 했다. 그러자, 안티스케네스가 응수했다. "그리스의 신들의 어머니도 역시 푸리기아인이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소크라테스에게 말했다. "안티스테네스의 어머니는 트라케인입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제자를 위해 변호해 주었다. "너는 아테네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것을 그렇게도 고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느냐?" 안티스테네스가 타나굴라 전투에서 용맹을 크게 떨쳤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그의 어머니가 아테네인이었다면 그는 그만큼 용감하지는 않았을 것이야" 하루는 어떤 사람이 뽐내며 말했다. "우리 아테네인들은 흙에서 태어난 자들이지" 이에 안티스테네스가 경멸하듯 말했다. "그러면 너희들은 뱀이나 구더기보다 조금도 훌륭한 출생이 아니로군 그래" 안티스테네스는 처음에는 고르기아스의 제자가 되어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소피스트들에게 강의를 들었으며, 후에는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아테네 외항인 페이라이에우스에 살랐기 때문이 거의 5마일이나 떨어진 길을 걸어 매일 수업을 들으러 왔다. 그는 자신의 제자들에게까지도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될 것을 권유했다. 안티스테네스는 쾌락을 증오하고 고통과 수행을 좋은 것으로 여겨 중시했다 . 그래서 그는 평소 제자들에게 이렇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쾌락을 택하기보다는 차라리 미치광이가 되겠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다가와 안티스테네스에게 물었다. "어떤 여자와 결혼하면 좋을까요?" 그러자, 그가 답변했다. "만일 여자가 너무 미인이라면 자네 혼자만의 아내가 되기란 어려울 것이네. 그렇지 않고 만일 여자가 추녀라면 값이 너무 비싸게 먹히게 될 테지" 어느 날 간통한 사나이가 겨우 목숨만 부지해 도망치는 것을 목격한 안티스테네스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가엾은 녀석! 돈으로 그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을 텐데" 하루는 싱긋 웃으면서 안티스테네스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아첨배들에게 시달리느니보다 까마귀들에게 몸을 맡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까마귀 (코라쿠스)는 송장을 뜯어 먹지만, 아첨배(코라쿠스)들은 살아 있는 사람을 뜯어 먹으려 하니까 말일세"(그리스어로 코라쿠스는 까마귀와 아첨배라는 뜻이 동시에 들어 있다) 어느날 안티스테네스가 당대 신흥종교인 오르페우스교의 비의를 받으려고 하자, 사제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비의를 받는 자는 저승에 가서 아름다운 많은 것들을 나누어 주는 역을 맡게 될 것이요" 그러자, 그가 물었다. "그럼, 당신은 어째서 죽지 않으시는 거지요?" 하루는 제자가 안티스테네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인간에게 무엇이 가장 행복한 것인가요?" 그러자 스승이 대답했다. "행복하게 죽는 것이지" 어느 날 한 사람이 안티스테네스를 찾아와 물었다. "당신에게는 왜 이렇게 제자의 수가 적습니까?" 그러자, 그는 말했다. "그들을 은 채찍으로 때려 주니까 그렇지"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저희들에게 그리 엄격하십니까?" 그러자 안티스테네스가 말했다. "의사가 엄격하게 환자들을 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 어느 날 한 제자가 강의 공책을 잃어 버렸다고 투덜거렸다. 그러자, 안티스테네스가 다음과 같이 위로 해주었다. "이 사람아, 자네는 그걸 종이에 말고 마음에 새겨 두어야 했었네" 하루는 안티스테네스가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린다고 하여 비난받았다. 이때 그가 이에 응수했다. "의사도 별별 환자들과 함께 있지만 그 때문에 병에 걸리는 일은 없지 않은가" 한번은 안티스테네스가 나쁜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때 그는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 "내가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건 아닌가 해서 도무지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루는 한 제자가 안티스테네스에게 물었다. "국가는 어느 때 망하는 가요?" 이에 스승이 답했다. "보잘것 없는 자와 훌륭한 자의 구별을 할 수 없을 때 망하게 되지" 어떤 사람이 안티스테네스에게 주장했다. "사치는 좋은 것이요" 그러자 그가 응수했다. "원컨대 원수의 자녀들이 사치스럽게 살아가기를!" 안티스테네스가 어느 조각가의 남자 모델에게 물었다. "만일 동상이 말을 할 줄 안다면 무슨 자랑을 하겠는가?" 모델이 말했다. "미입니다" "그럼, 자네는 혼이 없는 것과 똑같은 흉내를 내는 일을 기뻐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되지 않나?" 하루는 플라톤이 자기에 대해 나쁘게 말한다는 소리를 듣고 안티스테네스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좋은 일을 하고서 나쁜 소리를 듣는 것은 왕자다운 일이지!" 훗날 그의 말을 전해 들은 플라톤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자만심이 강한 녀석!" 한번은 플라톤과 함께 제례 행렬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그때 기운이 펄펄 넘쳐 보이는 말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안티스테네스가 귓속말로 말했다. "자네도 역시 가슴을 쫙 펴고 뽐내고 있는 저 말 같다고 생각되지 않은가?" 하루는 안티스테네스가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반박하며 말했다. "오오, 플라톤이여! 나는 말을 보기는 하지만 말다운 것을 보지는 못했다네" 그러자, 플라톤이 이에 응수했다. "그것은 자네한테는 그걸 볼 수 있는 눈이 없기 때문이지" 하루는 안티스테네스가 플라톤을 찾아가 말했다. "내가 쓴 글을 여러 사람 앞에서 읽어 주려고 하는데, 참석해 주게나" 그러자, 플라톤이 물었다. "그 읽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론을 제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라네" "그렇다면 자네는 어째서 그런 문제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건가?" 어느날 제자 한 사람이 물었다. "철학으로부터 무엇을 얻었습니까?" 이에 안티스테네스가 답했다. "자기 자신과 교제하는 능력이지" 길을 걸으며 한 제자가 물었다. "질투심이 많은 자는 어떻습니까?" 안티스테네스가 이에 답했다. "쇠가 녹에 침식을 당하듯이 질투심이 많은 자는 자기 감정에 잡혀 먹히게 되지" 안티스테네스에게 한 사람이 물었다. "선생님, 욕을 얻어 먹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에 스승이 답했다. "욕을 먹을 때는 돌에 맞는 때보다도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야" 하루는 산책길에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원수를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안티스테네스가 답했다. "원수를 무엇보다도 주의 해야 해. 그들은 여러분의 실수를 맨 먼저 발견하는 자이거든" 어느날 안티스테네스는 소크라테스가 입고 다니던 트리봉(가난뱅이들이 입고 다니는 하잘것 없는 외투)을 언제나 걸치고 다녔는데 그것도 찢어진 곳을 사람들 눈에 아주 잘 띄게 하여 다녔다. 어느날 소크라테스가 그걸 가리키며 핀잔을 주었다. "그 트리봉의 찢어진 곳으로부터 자네의 허영심이 다 비쳐 보이는군 그래" 언젠가 술자리에서 안티스테네스가 노래 한 가락을 부탁 받았다. 그러자, 그는 옆 친구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그럼, 자네가 반주를 좀 해주게나" 그리고는 그가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 나와 버렸다. 안티스테네스는 아테네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렇게 비아냥거렸다 "너희들의 당나귀를 투표에 의해 말에 임명하는 게 어떻겠나? 그건 마치 낮선 사람들을 민선에 의해 장군직에 임명하는 것과 같을 테니까 말이야" 어느날 한 제자가 물었다. "지배자가 될 자격이 있는 입니까?" 이에 안티스테네스가 답했다. "덕을 지닌 자만이 지배자가 될 자격이 있지" 안티스테스는 소크라테스의 명성을 사모하여 퐁토스로부터 찾아온 청년들을 아뉴토스(소크라테스의 고소자인 메레토스를 지지하던 자)에게로 안내해 가서 이렇게 말했다. "바로 이 사람이 소크라테스보다도 현명한 자이다" 그러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그 주의 사람들이 아뉴토스를 추방해 버렸다.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단도를 가지고 병으로 괴로워 하고 있는 스승인 안티스테네스를 찾아왔다. "누가 이 고통으로부터 나를 구해 줄 것인가?"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단도를 선뜻 내보이면서 말했다. "이것입니다" 그러자, 스승은 눈을 휘둥그래지면서 말했다. "누가 고통으로부터라고 했지, 생명으로부터라고 했나, 이 사람아?" 후에 안티스테스의 가르침을 잇는 제자들을 가르켜 키니코스 학파라 했다. 이 '키니코스'라는 그리스어는 '개의' 또는 '개와 같은'이라는 말을 의미했다. 이 학파에 속한 사람들은 내면의 덕만 중시하고 관습이나 의례나 외모를 경시하여, 항상 초라한 옷차림만 하고 다녔다. 게다가 그들은 사람들을 향해서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듯한 비난을 퍼부었다. 더욱이 안티스테네스는 '흰 개'라는 낱말 뜻을 지닌 키노사르게스 체육관에서 가르쳤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여겨진다. 안티스테네스의 별명도 '틀림없는 개' 또는 '뭐든 간섭하려 드는 다변가'였다. 5. 나무통의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 디오게네스는 흑해 남쪽 연안에 있는 시노페(당시 그리스의 식민 도시)에서 환전상인 히게시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만사에 빈틈이 없었던 그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가업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부친이 시노페 당국으로부터 위탁받은 공금을 다시 주조하여 가짜 돈으로 만든 것이 들통 나 버렸다. 그래서 그의 부친은 체포되어 옥살이를 하게 되었고, 디오게네스까지도 추방을 당하였다. 고향에서 추방 당한 디오게네스는 아테네로 가서, 안티스테네스에게로 찾아가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평소 제자 두기를 원치 않은 안티스테네스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러자, 스승은 화난 얼굴을 하고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때 그는 조용히 목을 늘여 빼고 앉아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발 저를 때려 주십시오. 그러면 뭔가 알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지팡이는 선생님의 귀한 가르침을 받기 전에 나를 쫓아 버릴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 말에 감복한 스승은 그의 입문을 허락해 줄 수밖에 없었다. 디오게네스는 다음과 같은 안티스테네스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자 했다. "안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덕만 있으면 충분하다. 돈은 물론 명예, 지위, 가문은 안간이 행복해지는 조건에 필요 없다" 마침내 디오게네스는 스승의 학문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그는 안티스테네스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나팔이다" 다오게네스는 어느 날 마당으로 돌아다니는 쥐를 보고 깨달았다. "쥐는 특별히 침상을 찾지도 않는다. 어둠도 두려워 하지 않고 맛있는 것도 찾지 않는다. 인간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그 깨달음 이후, 그는 되도록 간소하고, 욕심 없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려고 애를 썼다. 디오게네스는 단 한 벌의 옷을 걸치고 다녔다. 그것도 보통의 길이보다 두 배로 하여 밤에는 그것으로 둘둘 감고 아무데서나 잤다. 등에다는 큰 자루를 짊어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피로할 때 아무데서나 베개 삼고 자기 위해서 였다. 때고는 그 위에 앉아 거침없이 얘기하기도 했고, 배고프면 어디서건 상관없이 그 자루 속에서 먹을 것을 꺼내서 먹었다. 그는 신전이나 의사당 주랑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친절하게도 아테네인들은 나를 위해 훌륭한 숙소를 준비해 주었다" 디오게네스는 살코기마저도 생으로 먹었는데, 어느 날 시장 바닥에 앉아 자루에서 막을 것을 꺼내 먹고 있었다. 이때 길을 가는 어떤 이가 그를 나무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시장에서 시장기를 느꼈기 때문이지! 만일 밥을 먹는 일이 무례한 짓이 아니라면 시장에서 먹어도 무례한 짓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밥을 먹는 일은 무례한 짓은 아니다. 또한 시장에서 먹어도 무례한 행위는 아니다" 하루는 시장 바닥의 군중들 앞에서 디오게네스가 자위행위를 하면서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위장을 쓰다듬어 배고픔을 참아 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요녀석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면 좋을 텐데" 어느 날 디오게네스는 아이들이 손으로 물을 떠서 마시는 것을 보고 자탄했다. "간단한 생활 양상이란 것이 아이들만큼도 못했구나!" 그리고 나서 그는 자루 속에서 물그릇을 꺼내 멀리 던져 버렸다. 며칠 후, 자기 접시를 깨뜨린 아이가 빵 구멍에다 콩을 박아 넣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밥공기마저 꺼내 던져 버렸다. 디오게네스가 하루는 자기를 위해 오두막을 지어 달라는 편지를 어떤 하람에게 보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주저주저하며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메트로온에 있던 술통을 가져다가 자기 거처로 삼았다. 여름에는 그 술통을 뜨거운 모래 위로 굴리고 다니며 지냈다. 디오게네스는 겨울에 눈 덮혀 있는 조각상을 팔로 끌어안곤 했다. 그리고 눈밭 위를 맨발로 걸어 다녔다. 이렇게 그는 육체의 고행을 통해 의지를 단련시키고자 했다. 이때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점잖게 거절했다. "크로테로스의 집에서 대접을 잘 받느니보다 아테네에서 소금을 핥고 있는 편이 낫다" 디오게네스는 때때로 구걸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어떨 때는 신전의 공물을 훔쳐 먹는 일도 있었다. 구걸할 때 그는 곧잘 이렇게 말하곤 했다. "만일 그대가 남에게 뭔가 줘 본 일이 있다면 내게도 주구려. 아직 그런 적이 없다면 내게 처음 시작하는 것으로 시험삼아 줘 보구려" 디오게네스가 구걸할 때 그에 응해 주지 않는 자가 있으면 이렇게 호통을 쳤다. "내가 부탁하는 것은 오늘의 빵이지 장례식 비용이 아니야" 디오게네스의 구걸에 선뜻 후의를 베풀어 주는 자를 사람들이 칭찬할 때면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을 받아들일 만한 값어치가 있는 나를 칭찬하지 않는가?"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구걸하자 한 사나이가 한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그대가 만일 나를 설득한다면 주지" 그러자 그가 말했다. "만일 나에게 그대를 설득할 재간이 있다면 그대가 목을 늘이도록 설득할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구걸하자 한 사람이 비난했다. "그대는 다른 사람에게는 겨우 1오브로스 밖에 빌리지 않았는데, 어찌 내게는 1므나나 달라고 하는가?" 이에 그는 태연스럽게 대꾸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또 빌릴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대에게선 또 얻어내는 것이 신의 뜻에 걸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일세" 지나가는 사람이 디오게네스에게 물었다. "왜 사람들은 거지에게는 은혜를 베풀지만 철학자에게는 그렇지 않는 거죠?" 그러자, 그가 이렇게 답변했다. "거지는 언젠가는 절름발이나 장님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철학자가 되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기 때문일세" 어느 날 디오게네스는 어떤 사람에게 조각상을 하나 기증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상대는 놀라서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것까지 다 받고자 하는 거요?" 그러자, 그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거야 거절당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지"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대낮에 등불을 켜 들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의아하게 여기며 그에게 물었다. "무엇 하는 거요?" 그러자, 그가 묻는 사람의 코끝에다 등불을 들이대고 말했다. "인간을 찾고 있는 거라오" 디오게네스가 공중 목욕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많습디까?" "아니요!" 잠시 후 다른 사람이 물었다. "많습디까?" 그러자, 이번에는 달리 대답했다. "그렇소"(인간이라 할 만한 자들은 없고 동물들만 있다는 뜻) 어느 날 올림피아 경기에서 승리한 자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남들을 이겼소"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그에게로 다가가서 말했다. "사람에게 이긴 것은 바고 나다. 자네가 이긴 건 노예지" 디오게네스는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녔다. 언젠가 그리스의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한 나그네가 물었다. "좋은 사람을 보았소?" 그가 이에 대꾸했다. "그리스 어디에도 선한 사람은 없었소. 다만 스파르타에서 착한 한 소년을 보았을 뿐이지" 어느 날 디오게네스가 청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사나 철학가를 보면 인간만큼 현명한 자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점장이나 해몽가나, 명성이나 부를 자랑하는 자들을 보면 인간만큼 어리석은 자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디오게네스에게 충고를 하였다. "모두가 자네를 비웃고 있소" 그러자 그가 되받았다. "당나귀들이 그들을 비웃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당나귀들이 말하는 것 따윈 마이동풍이지. 나에게도 그들이 비웃는 소리 역시 그와 마찬가지라오" 어떤 무리들이 디오게네스에게 그의 과거를 들추어내며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이 추방자!" 이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만들 두게나. 나는 추방을 당했기 때문에 철학자가 되었어. 나야말로 나를 추방한 그들에게 금족령을 내렸다네"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위폐범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마치 나도 자네와 같은 사나이였던 시절이지. 그러나 자네는 지금의 나와 같이 인간의 맨 밑바닥이 될 수는 없을 걸세" 한 사나이가 아들을 데리고 와서 제자 입문을 요청하면서 잔뜩 아들 자랑을 늘어 놓았다. "이 아이는 만입니다, 참으로 영특하고 똘똘한 녀석이랍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째서 나를 필요로 하는 거요?" 하루는 어떤 젊은이가 디오게네스에게 다가와 간청했다. "저를 제발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다랑어 한 마리를 그에게 주며 말했다. "이것을 가지고 내 뒤를 따라 오게나" 이를 창피하게 여긴 젊은이는 그만 다랑어를 내던져 버리고 도망쳐 버렸다. 그런지 얼마 수, 길에서 우연히 그 젊은이와 마주쳤다. 그때 그는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어이, 젊은이! 자네와 나와의 우정은 다랑어 한 마리 때문에 깨졌었지!" 어떤 사람이 디오게네스에게 물었다. "어째서 운동 선수들 가운데는 저렇게 어리석은 자들이 많을까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 자들은 쇠고기자 돼지고기 덩어리이니까 그렇지" 어느 날 디오게네스가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가마를 타고 오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 그는 옆 사람을 돌아다보며 말했다. "저 가마는 저런 동물을 넣기에는 알맞지 않아" 하루는 털가죽 옷을 입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길을 지나가는 사나이를 불러 세우며 디오게네스가 소리쳤다. "어이, 용기의 옷을 더럽히는 일일랑은 빨리 그만두게나"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날이었다. 여자처럼 화장을 짙게 한 어떤 젊은이가 다가와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면서 디오게네스에게 질문했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발가벗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보여 주게나. 그렇지 않으면 가르쳐 주지 못하겠네" 하루는 길 한복판에서 디오게네스가 큰소리로 설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갑자기 입술을 뾰족하게 오므린 다음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냈다. 그러자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하여 모여들었다. 이때 그가 혀를 차며 말했다. "바보들 같으니라고! 너희들은 실없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진실로 서둘러 모여들지만, 참된 이야기를 하면 마치 황소걸음처럼 느리고나!" 그런 다음 그는 지팡이를 짚어 가며 조용히 무리를 빠져 나갔다.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조용히 길을 가다가는 길가의 가게에서 미녀의 눈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를 창문 너머로 보았다. 그 의사는 도락가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디오게네스는 그에게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는 지나갔다. "정신 차리시오. 눈을 치료해 주다가 처녀를 망쳐 놓지 말고" 사치스런 부자가 거드름을 피우는 자세로 노예에게 신발을 신기도록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음과 같이 디오게네스는 충고했다. "자네는 아직도 충분히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군. 이제 곧 코까지 닦아주어야만 할 테니 말일세. 그리되면 자네의 손이 말을 잘 안 듣게 되겠지" 어느 날, 디오게네스는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해 열심히 목욕재계하고 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가엾은 사람이군! 목욕재계를 하더라도 글씨가 틀리는 건 피할 수 없을 게 아닌가? 그와 마찬가지로 자네가 이런 짓을 한다고 해도 이 세상의 죄나 더러움을 면하게 될 수는 없는 거지. 자넨 그걸 모르는가 보군 그래" 그 자리에 있던 약사인 리시아스가 디오게네스에게 물었다. "그대는 신들을 믿소?"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을 했다. "나는 그대를 신들의 적이라고 믿고 있지. 그런데 어찌 신들을 믿지 아니하겠는가" 하루는 꿈자리가 좋았다느니 나빴다느니 사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걱정을 하기도 하는 수다스런 사람을 보고 디오게네스가 책망하듯 말했다. "자네는 잠자리에서 깨어나게 해준 데에는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잠자면서 꾼 꿈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신경이 쓰이는가?" 디오게네스가 한번은 사모토라케의 선전에 들렀다. 그곳에는 찾아온 참배자들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이를 보고 그가 말했다. "만일 구원받지 못한 자가 공물을 바쳤더라면 이 정도로 많아지지는 않았을 거야" 디오게네스에게는 언젠가부터 '개'라는 별명이 붙어 따라다녔다. 누가 그 까닭을 묻자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내게 뭔가를 주는 자에게는 꼬리를 치지만, 매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자에겐 짖어 대고, 못된 녀석에게는 물려고 덤벼들기 때문이지" "그러면, 단신은 어떤 종류의 개인가요?" "나는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지만 그 사람들 어느 누구하고도 함께 사냥하러 따라가지 않는 개지" 디오게네스가 어느 날 아침 시장 바닥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소리쳤다. "개다, 개야!" 그러자, 그는 아주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개는 오히려 너희들이지. 사람 주위에 버텨 서서 사람이 밥 먹는 걸 구경하고 있으니 말이야" 어느 연회석상이었다. 사람들이 마치 개에게 하듯이 디오게네스에게 고기 뼈다귀를 던져 주었다. 그러자, 그는 일어나서 자리를 뜨기 전에 개처럼 한 발을 들고 그들에게 오줌을 갈겨 주었다. 하루는 어느 심술궂은 젊은이가 디오게네스의 거처인 술통을 부숴 버렸다. 그러자, 시민들이 그에게 다른 술통을 하나 보내 주었으며, 그 못된 젊은이를 채찍으로 벌을 주었다. 오만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었던 디오게네스를 사람들은 진실로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디오게네스는 놀라운 설득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은 아이기나 섬의 어떤 젊은이가 아테네고 유학을 왔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디오게네스의 제자가 되어 언제까지고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부친은 그의 형을 아테네로 보냈다. 그러나 그 형도 디오게네스에게 매혹 당하여 돌아가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의 부친이 직접 아테네로 찾아왔다. 그렇지만 그도 그만 설득 당하여 철학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 독설가 디오게네스는 플라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하루는 플라톤이 '인간이란 두 다리가 있고 깃털이 없는 동물이다'고 정의를 내려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강의장에 그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털을 다 뜯어 낸 닭 한 마리를 쳐들고서 외쳤다. "여러분, 바로 이게 플라톤이 말하는 인간이로소이다" 이런 일이 있은 수부터, 플라톤은 인간에 대한 정의를 말할 때마다 '그리고 반반한 손톱과 발톱을 가진'이라는 수식어를 더 집어 넣었다. 어느 날 디오게네스는 잘 장만한 연회석상에서 플라톤이 올리브에 손도 대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현자인 그대가 시칠리아고 갔던 것은 이와 같은 진수성찬 때문이었는데, 지금 그것이 목전에 이렇게 차려져 있는데도 드시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에, 플라톤이 말했다. "아니, 뭐라고? 디오게네스. 나는 말일세, 거기에서도 대부분의 날들을 올리브라든가 이와 같은 것들로 지냈는 걸"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다시 물었다. "그럼, 무엇 때문에 멀리 시라쿠스까지 가야만 했었을꼬? 아니면 그때 아티케에 올리브가 없었다는 이야긴가?"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말린 무화과를 먹으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플라톤과 마주쳤다. 그래서 그가 무화과를 내밀면서 먼저 말을 건넸다. "조금 들어 보겠는가?" 플라톤은 선뜻 그것을 받아 다 먹어 버렸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힐난하듯 말했다. "이보게, 난 조금 먹어 보라고 말했지 다 먹어 버리라고는 안 했네" 하루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아리스티포스가 야채를 씻고 있는 디오게네스의 곁을 지나갔다. 디오게네스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만일 자네가 푸성귀 맛을 일찍 알았던들 그 권문세가로 파고 들어갈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러자, 아이스티포스가 되받아 쳤다. "자네가 만일 사람과 교제하는 방법을 일찍이 터득했던들 그런 야채 따윈 씻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어느 날 한 사나이가 디오게네스에게 다가와 부탁했다. "선생님의 저서를 잠시 좀 빌려주십시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힐책하며 말했다. "어리석은지고! 자네는 그린 물고기보다도 진짜 물고기를 선택하는 주제에,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진짜 사물은 그냥 지나치고, 쓰여진 대로 하겠는가?" 하루는 제자가 디오게네스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철학으로부터 무엇을 얻으셨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낮은 목소리로 답변했다. "다른 것은 어쨌든 어떠한 운명에 대해서도 마음가짐이 되어 있다는 것이지" 하루는 취객이 디오게네스에게 물었다. "어떤 술이 가장 맛이 좋습니까?" 그러자, 그가 말했다. "실컷 마실 수 있는 술!"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찾아와 넋두리를 늘어놨다. "선생님, 저는 철학을 하기에 적당치 않은 사나이입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나무랐다. "착하게 사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도대체 자네는 무엇 때문에 사는 건가?" 길바닥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디오게네스에게 길 가던 한 신사가 물었다. "식사를 하기에 적당한 시간은 언제입니까?"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이렇게 대답했다. "부자라면 원하는 때이고, 가난한 사람이라면 먹을 수 있을 때지"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그게 어째서 나쁜 일이겠는가. 그것이 우리 가까이에 있을 때에는 이미 우린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데 말일세" 강의하고 있는 디오게네스에게 한 사나이가 질문을 던졌다. "물렸을 때에 가장 나쁜 것은 어떤 동물입니까?" 그러자, 그가 말했다. "들짐승 중에서는 다름 아닌 스파이고, 가축 중에서라면 아첨배지!" 하루는 대머리 남자가 디오게네스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그가 태연스레 말했다. "아니, 나는 욕을 먹는 것 따윈 개의치 않아! 옳지, 참 나는 자네의 그 머리털을 칭찬하고 싶네. 그것들은 모두 나쁜 머리통에 작별을 고했으니까 말야" 디오게네스는 카이로네이아 전쟁(기원전 338-337년)이 끝난 수 어느 날 체포되어 마케도니아왕 필리초스 앞에 끌려 나갔다. 이때 왕은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도대체 어떤 자인가?" 포로인 그는 조금도 겁내지 않고 말했다. "나 말인가? 나는 그대의 끝없는 탐욕을 탐색하는 스파이라오" 이 답변에 크게 감탄한 왕은 그를 방면해 주었다. 언젠가 디오게네스는 한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어디 시민이오?" 이에 그는 짧게 답변했다. "나는 세계의 시민이다" ('세계의 시민'은 그리스어로 코스모폴리테스이다. 그래서 '코스모폴리탄'이라는 말은 그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덕이 있는 지성인은 누구나 그의 동포였으니까) 어느 날 디오게네스는 아이기나 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일단의 해적들에게 체포되었다. 그때 해적선의 두목은 스키르파라스였다. 그래서 그는 크네테 섬의 노예 시장으로 끌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경매인이 물었다. "너는 무엇을 할 줄 아느냐?" 이에 그가 말했다. "남을 지배하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 자신을 위해 주인을 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알려 다오" 앉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노예 시장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디오게네스가 한마디했다. "젠장, 상관있을라구. 생선은 어떤 형태로 내놓아도 사갈 사람이 생기는 걸 뭐" 노예 시장에서 '인간 매물'들을 경매하여 사고 파는 것을 지켜보며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우리가 항아리나 접시를 살 때에는 그 소리를 들어 시험해 보고 사는데, 사람을 살 때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노예 시장에 진홍색 레이스를 붙인 훌륭한 옷을 입은 신사가 나타났다. 크세니아데스였다. 그를 보자마자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나를 이 사나이에게 팔아 주오. 이 사람에게는 주인이 필요하오" 이 말을 듣고도 크세니아데스는 화를 내지 않고 그를 선뜻 사주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나는 노예이긴 하지만 그대는 나를 따라야만 하오. 의사나 키잡이가 노예 가면 그대는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할 테니까" 크세니아데스는 노예인 디오게네스를 사가지고 고향인 코닌토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녀 교육 및 집안일 일체를 그에게 맡겼다. 덕분에 집안은 만사가 잘 되어 갔다. 주인은 사람들을 만나면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 집에는 복의 신이 날아 들어 왔다" 친구들이 노예 신세인 디오게네스를 가엾게 여겨 그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거절했다. "그대들은 어수룩한 사나이들이로군! 사자는 자기를 길러 주는 자의 노예는 아니지. 노예는 도리어 그 사자를 기르는 자라고 해야 할거야. 공포는 노예의 특징이야. 그런데도 그 짐승은 인간에게 공포를 주지" 그리하여 그는 죽는 날까지 크세니아데스의 노예로 만족해 했다. 디오게네스가 노예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그리스를 정벌하고 코린토스에 머물러 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정치가나 학자들의 알현을 받았다. 그는 디오게네스도 알현해 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철학자는 코린토스 교외의 클라네이온에 그냥 머물러 있었다. 대왕은 이 완고한 철학자에게 흥미를 느껴 친히 그를 찾아갔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양지에 느긋하게 드러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오는 기미를 느끼고 그는 약간 머리를 쳐들고 흘깃 옆눈으로 쳐다보고는 다시 그대로 누워 버렸다. 대왕이 먼저 점잖게 입을 열었다. "나는 대왕 알렉산드로스다!" 그러자 철학자도 조용히 말했다. "나는 개 디오게네스다" 대왕이 물었다. "너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대는 선한 자인가?" "그렇다" "그렇다면 선한 자를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겠는가?" "소망이 있다면 내게 말해 보라" 이때, 철학자는 한 손을 쳐들어 대왕을 떠밀듯이 하면서 말했다. "햇볕을 가리지 말아 주오" 그러자 시종 무관들이 그의 오만함에 화가 나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대왕은 그들을 말리면서 한마디했다. "내가 만일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디오게네스가 되는 걸 원했을 것이다" 90세가 다 된 디오게네스는 생낙지를 개들에게 나누어주다가 그만 개에게 물리고 말았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병석에 눕고 말았다.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 주인 크세니아데스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매장해 드릴까요?" 철학자가 짤막하게 말했다. "얼굴을 밑으로 해서" "어째서요?" "얼마 안 있어 아래가 위로 바뀔 테니까" (아케도니아인들이 그리스인들을 정복해 위아래가 뒤집혀 지려고 하는 것에 대한 풍자) 디오게네스는 임종 때 스스로 숨을 멈추어 죽어 갔다. 그의 제자들과 친구들이 여느 때처럼 코린토스 근교의 클라네이온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그때 그는 아직도 옷을 몸에 감고 드러누워 있었다. 평소 낮잠이나 늦잠을 자지 않는 그였기에 모두들 걱정을 했다. 한참 후에도 그가 일어날 기미가 안보이자 일행이 그의 옷을 벗겨 보았다. 그때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의 시신은 이스토모스로 통하는 문 옆에 묻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위에 돌기둥을 세우고 거기에 대리석으로 된 개를 장식했다. 위폐범이라는 낙인찍어 추방했던 디오게네스의 고향 시노페 시에서도 그가 죽자 그를 위해 기념비를 세워서 그를 칭송했다. 그 비에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시구를 새겨 넣었다. 때 지나면 구리도 녹이 슨다 때 지나도 썩지 않음은 그대의 명예 그대만이 지는 꽃의 덧없는 아이들에게 나는 새의 가벼운 생명을 가르쳐 준다. 디오게네스가 죽던 날 공교롭게도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아시아에서 급사했다. 디오게네스는 그의 유언장에다 다음과 같은 마지막 말을 남겼다. "형제들에게 폐가 되자 않도록 이스소스 강에 내 시신을 던져 넣어 달라. 아니면, 들짐승이 먹을 수 있도록 땅에다 묻지 말고 산데 버리거나 아니면 구더기 밥이 되도록 도랑에다 버려 달라" 6. 거지 철학자의 후예들 크라테스, 히파르키아, 메트로클레스 아리스토텔레스와 제자이었으며 한때 아테네를 지배하기도 했던 정치가이고 학자였던 데메트리오스(안티파트로스의 아들)가 절친한 사이가 된 크라테스에게 빵 몇 개와 포도주 몇 병을 보내 주었는데, 그때 크라테스는 흡족하다는 듯이 말했다. "샘이 빵까지 뿜어냈나 보지?" 크라테스의 집은 원래 부자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묵은 일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비극 공연을 보게 되었다. 테레폰이라는 사나이가 작은 바구니를 들고 참으로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키니코스 학파의 철학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그의 재산 중 거의 대부분을 팔아 그것을 모든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때 분배해 준 재산이 무려 200탤런트나 되었다. (1탤런트는 60므나, 1므나는 100드라코마, 1드라코마는 6오보로스, 1오보로스는 8카르쿠스이다. 법관의 일당이 3오보로스, 민회 참석자의 일당이 1드라코마였다) 그러니까, 240만명 분의 법관 일당에 해당되는 큰 재산이었던 것이다. 크라테스는 디오게네스에게 설득 당하여 남아 있는 재산 중 논밭을 양치는 목장으로 개방해 버렸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돈을 어느 은행가에게 맡겨 놓고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붙였다. "만일 내 자식들이 보통 사람이 되었다면 이 돈을 그들에게 주고, 만일 그들이 철학자가 되었다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오" 크라네스는 돈이 철학 수업에 지장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있는 재산을 모두 처분해 버리고, 디오게네스를 따라다니며 각지를 유랑했다. 그런데 그에게 한 여인이 나타났다. 히파르키아라는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명문가 출신의 처녀였다. 그녀의 집은 트라키아 만에 인접에 있는 마로네아아라는 곳에 있었는데, 일찍이 알렉산드로스 애와의 아버지 필리포스라 묵었던 적이 있었을 만큼 훌륭한 저택이었다. 그녀는 어느 날 키니코스 학파의 철학자 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의 철학, 그의 결심, 그의 무욕, 그의 생활 등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래서 많은 혼담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이를 모두 물리쳤다. 오직 크라테스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으므로 아무런 수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안에서 아무리 설득해도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크라테스와 결혼을 시켜 주지 않으면 죽어 버리겠어요!"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자 그녀의 부모는 크라테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발 제 딸의 생각을 단념시켜 주십시오" 히파르지아의 부모의 간청에 못 이겨 크라테스는 고집쟁이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조리 있게 히파르키아를 설득하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로 알아듣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좀처럼 자기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크리테스는 마침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그녀 앞에서 옷을 훌훌 벗어 버렸다. 드디어 완전 나체가 된 그는 자기 알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게 바로 나다!" 그리고는 벗어 놓은 옷을 집어 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게 내 전 재산이다!" 그리고는 잠시 호흡을 진정시킨 다음 말을 이었다. "자, 이것들을 보고 마음을 정하시오. 그리고 또 나와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지 않으려면 내 배필은 될 수 없소" 크라테스의 노력에도 불고하고 히파르키아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녀는 기어코 크라테스를 남편으로 선택했다. 그 후, 그녀는 키니코스 학파의 철학가들이 즐겨 입고 다니는 트리봉이라는 간소한 옷차림을 하고서 남편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철학 수업을 하였다. 길거리 강연, 연회, 산책 등 어디든지 그녀는 남편과 동행했다. 어느 날 리시마코스의 초대를 받아, 크라테스와 히파르키아는 연회에 함께 참석했다. 그때 무신론자 테오도로스('신이 내려 주신 남자'라는 의미의 이름이다)도 참석을 했다. 히파르키아가 그를 보고 말했다. "테오도로스가 행하여도 부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은, 히파르키아가 해도 역시 부정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런데, 테오도로스가 자기 자신을 치는 치는 것은 부정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히파르키아가 테오도로스를 쳐도 역시 부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테오도로스는 이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그녀의 옷을 잡아 당겨 홀랑 벗겨 버렸다. 그런데도 그녀는 침착히 서서 그를 응시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이거야, 베틀이나 복을 다 내버린 여자가 아닌가?" 이에 여인은 다음과 같이 침착히 말했다. "네, 옳아요, 테오도로스! 그래요, 저는! 그러나 내가 베틀 앞에 앉아서 낭비했을 시간을 교양을 위해 써 왔다면, 당신은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크라테스는 히파르키아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파시클레스가 장성하여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기생집으로 데리고 가서 다음과 같이 훈계하였다. "간통하는 자의 결혼은 비극적이다. 그것은 그 대가로 추방이나 죽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또 가무를 하는 자의 결혼은 희극적이다. 그것은 낭비와 숙취로부터 광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알겠느냐?" 기원전 335년 어느 날, 하루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크라테스에게 물었다. "그대의 조곡 테바이를 재건해 주면 좋겠느뇨?" 그러자, 크라테스라 말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또 다른 알렉산드로스가 그것을 파괴해 버릴 텐데요" 코스모폴리탄인 크라테스는 어느 날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성벽의 탑 하나가 또한 집의 지붕 하나가 우리 조국의 전부는 아니어라. 우리가 사는 나라나 집도 대지의 전부가 다 갖추어 주노라. 크라테스의 출생지인 테바이의 시민들은 집집마다 그 문 어귀에다 다음과 같은 글귀를 종이에 써 붙여 놓고는 이 방랑 거지를 맞이 하였다. "선신 크라테스의 입구" 그리고는 그의 강연을 하고, 그에게 물건들을 나눠주기도 하며 또 그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크라테스에게 '문을 여는 자'라는 별명이 주어지게 되었다. 하루는 크라테스가 한 사람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철학에서 무엇을 얻었습니까?" 그러자, 그가 답변했다. "다섯 홉의 뒤콩(콩 찌꺼기)과 누구의 일이건 걱정하지 않는 것!" 하루는 히파르키아의 친척인 메트로클레스라 크세노크라테스(아카데미아의 3대 학장)의 문하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변곤 연습 중에 그가 그만 방귀를 뀌고 말았다. 이 때문에 그는 창피스러워 의욕을 상실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집안 식구들은 '문을 여는 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진 크라테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크라테스는 일부러 콩 찌꺼기를 많이 먹은 후 그를 찾아갔다. "이보게나, 메트로클레스! 자네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네. 만일 그때 방귀가 자연스럽게 뒤쫓아 대답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야말로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을 테니까 말일세" 그리고는 방귀를 뚜르르뚜 뀌어 그를 위로해 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메트로클레스는 자기 책을 모두 불 태워 버리고는 크라테스의 제자가 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7. 키니크 학파의 시조 아리스티포스 아리스티포스(Aristippos 기원전 435-356년)는 아프리카 북부 키레네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테네로 유학하여 처음에는 소피스트들, 특히 프라타고라스에게 배운 후 소크라테스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를 계속했다. 아리스티포스는 한때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스의 참 주인 디오니시오스 1세, 2세 밑에 있으면서 정치에 많은 조언을 준 적이 있었다. 그때 플라톤과도 두 차례나 대면을 하였다. 만년에는 고향 키레네로 돌아가 학교를 열었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키레네 학파를 이루었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제자들 중 유일하게 수강료를 받았다. 그래서 동문들로부터 힐난을 받았다. "명색이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면서 수강료를 받다니, 참으로 괴이한지고!" 하루는 소크라테스가 아리스티포스에게 물었다. "도대체 자네는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얻었나?" 그러자, 제자가 짧게 답변했다. "선생님께서 약간의 돈을 얻으셨던 곳에서 입니다" 아리스티포스는 틈만 나면 여행을 다녔다. 그러면서 강의를 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소피스트다!" 하루는 아리스티포스가 한 동문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자네는 소크라테스의 제자로서 어찌 소피스트들처럼 수강료를 받을 수 있나?" 그러자, 그가 태연스런 얼굴로 답변했다. "뭐, 상관 있나? 소크라테스도 사람들이 밥이나 술을 주면 받으셨는 걸 뭐. 물론 다 벅은 건 아니고 나머지는 되돌려 주셨지만 말일세. 그것도 스승이야 아테네 최상류급 사람들을 후원자로 가지고 있었지만, 나야 뭐 돈 주고 산 노예 유튜키데스밖엔 가진 게 없지 않은가?" 하루는 한 사나이가 자기 아들을 데리고 와서 부탁했다. "제 아들을 부디 선생님의 제자고 삼아 주십시오" 그러자, 아리스티포스가 말했다. "수강료로 500드라코마를 내시오" (당시 프로타고라스는 수강료로 100므나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1므나는 100드라코마이므로 500드라코마는 그것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싼 값이다) 이에 그 사나이가 놀라며 말했다. "그만한 돈이 있으면 노예 한 사람을 사겠습니다" 그러자, 아리스티포스가 다음과 같이 톡 쏘았다. "그럼 그렇게 하시구려. 그러면 당산은 두 명의 종을 거느리게 되겠군요" 어느 날, 한 사람이 아리스티포스에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철학자들은 부잣집 문 앞에서 자주 볼 수 있던데, 어인 일이지요?" 이에, 그가 대꾸했다. "의사는 병자들의 집을 찾는 법이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누구라도 의사보다 병자가 되고 싶다고 희망하지는 않겠지" 어느 날 한 사람이 아리스티포스를 비난했다. "당신은 소크라테스의 곁을 떠나 디오니시오스 왕에게로 갔소이다!" 그러자, 그가 대꾸했다. "재가 소크라테스에게로 간 것은 파이데이아(교양)때문이지만, 디오니시오스 왕을 찾은 것은 파이디아(휴양)때문이라오" 어느 날 디오니시오스 왕이 소포클레스의 시구를 인용하여 말했다. "나그네 되어 왕의 어전에 있는 자는 이 모두 왕의 노예거니, 아서라, 자유의 몸이 되어야지" 그러자, 아리스티포스도 역시 소포클레스의 시구를 인용하여 응수했다. "노예가 아니다, 자유의 사람으로 왔다면" 한번은 디오니시오스 왕이 아리스티포스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대는 내게로 왔느뇨?" 그러자, 그가 웃는 낯으로 답변했다. "제가 가진 갓을 드리고 제게 없는 것을 받아 내기 위함이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이어 말했다. "지혜를 필요로 할 때에는 언제나 소크라테스에게로 달려갔습니다만, 지금은 돈이 필요하므로 폐하께로 찾아왔사옵니다" 하루는 디오니히오스 왕이 아리스티포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보게, 부자들은 전혀 철학자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데, 철학자는 무슨 일로 부잣집 문을 두드리느뇨?"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철학자는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부자들은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한번은 아리스티포스가 자기 친구의 인을 디오니시오스 왕의 발아래 엎드려서 간곡히 간청하여 무난하게 해결해 준 적이 있었다. 이러한 그의 비굴한 태도를 어느 누가 크게 비난을 했다. 그러자, 그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비웃음을 살 사람은 내가 아니고 오히려 발에 귀를 가지고 있는 디오니시오스 왕이지" 어느 날 디오니시오스 왕은 각자의 소망대로 아리스티포스에게는 돈을, 플라톤에게는 책을 각각 희사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아리스티포스를 힐난했다. 그러자, 그는 다음과 같이 변명했다. "내게는 돈이 부족했지만 플라톤에게는 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오" 하루는 디오니히오스 왕이 술자리에서 철학가들에게 명했다. "이 빨간 옷을 입고 춤을 추어 보시오" 그러자, 플라톤은 에우리피데스의 시구를 인용하여 이렇게 말했다. "여인의 옷을 차마 입을 수 없나이다" 그러나, 아리스티포스는 분부대로 빨간 옷을 입고 춤을 추면서 역시 에우리피데스의 시구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주신의 잔치에 있어도 어진 여인은 몸을 더럽히지 않나니!" 어느 날 디오리시오스 왕이 아리스티포스에게 부탁했다. "내게 철학을 가르쳐 달라" 그러자, 그가 말했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내게 배우려고 하시지 않는 폐하께서 언제 말할 것인가를 내게 배워 보시겠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옵니까?" 하루는 디오니시오스 왕이 아리스티포스의 얼굴에다 가래침을 뱉었다. 그러나, 철학가는 이를 꿀 참고 잘 견뎌 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그 사건을 들먹이며 그의 태도를 비난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돔을 잡기 위해 어부는 바다의 풍랑을 이겨낸다. 금, 은, 보화를 얻기 위해 나도 칵테일의 거품쯤은 참아 내야지 않겠는가?" 하루는 디오니히오스 왕의 대신인 시모스가 대리석을 깐 복도가 쭉 늘어서 있는 자기 저택의 곳곳을 안내하며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리스티포스가 갑자기 그 대신의 얼굴에 가래침을 탁 뱉았다. 예상대로 집주인이 벌컥 화를 냈다. 그러자,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미안하오. 달리 가래침을 뱉을 적당한 곳이 없어 놔서 어쩔 수 없었소" 어느 날 한 제자가 아리스티포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선생님은 철학에서 무엇을 얻으셨습니까?" 그러자, 그가 답변했다. "겁내는 일이 없이 누구하고도 사귈 수 있는 능력을 얻었지" 하루는 아리스티포스가 우물가에서 야채를 씻고 있는 디오게네스 곁을 지나가려 할 때, 디오게네스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만일 자네가 푸성귀 맛을 일찍 알았던들 그 권문세가로 파고 들어갈 필요는 없었을 텐데, 쯧쯧" 그러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응수했다. "만일 자네가 사람과 교제하는 법을 일찍이 터득했던들 그런 야채 따위를 씻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쯧쯧" 하루는 아리스티포스가 사람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여러분은 교양 없는 자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거지가 되는 편이 낫습니다. 거지에게 부족한 것은 돈이지만, 교양 없는 자에게 부족한 것은 인간성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한 사나이가 아리스티포스에게 다음과 같은 자랑을 늘어놓으며 으시댔다. "저는 수영을 잘 한답니다" 그러자, 그가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이 사람아, 고작 물고기가 잘하는 짓을 가지고 으시대다니, 자네는 부끄럽지도 않나?"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아리스티포스에게로 와서 자랑했다. "저는 웬만큼 술을 마셔도 끄떡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냉소하듯 말했다. "그런건 말일세 당나귀도 할 수 있다네" 언젠가 한 사나이가 아리스티포스에게 물었다. "현자는 우자와 아디가 다르죠?" 이에, 그가 답변했다. "그 두 사람을 발가벗겨서 그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로 데려가 보라. 그러면 곧 알게 될 것이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이는 길들여진 말이 길들여지지 않는 말과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네" 하루는 박학다식을 자랑하는 자에게 아리스티포스가 말했다. "무조건 많이 먹는 사람이, 자기가 필요한 만큼 먹는 사람보다 튼튼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네. 그와 마찬가지로 많은 책이 문제가 아니라 유용한 책을 읽는 자가 훌륭한 것이지" 아리스티포스는 기생 라이스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라이스를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내 것은 아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쾌락을 이겨내고 거기에 지지 않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이지. 그것으로부터 멀어지라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야" 하루는 아리스티포스가 제자들을 데리고 요정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한 제자가 얼굴을 붉히며 망설이고 있자, 스승이 말했다. "들어가는 것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이 문제라네" 어느 날 아리스티포스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기생과 동거하는 것을 비난받았다. 그러자, 그가 응수했다. "여태까지 많은 사람이 살아온 집에 사는 것과, 아직 아무도 산 일이 없는 집에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항해한 배를 타고 여행하는 것과, 어느 한 사람도 항해한 적이 없는 배로 여행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 많은 사내들과 어울렸던 여자하고 함께 사는 것과, 아직 어느 누구하고도 어울려 본 적이 없는 여자와 사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어느 한 기생이 아리스티포스에게 다가와 부끄러운 듯 말했다. "당신의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알게 뭔가? 네가 그 많은 풀숲을 빠져 나가서는 이 가시에 찔렸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아리스티포스는 한때 사치스런 생활을 즐겼다. 이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그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만일 살아 있는 인간이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게 나쁘다면 신들에 대한 제례에서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야" 하루는 아리스티포스가 호화로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이를 본 어떤 사람이 힐난했다. 그러자, 그가 물었다. "자네는 이게 서푼짜리였다면 사지 않겠는가?" "사겠소!" "그렇다면 쾌락을 사랑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돈을 아끼는 자넬세 그려, 안 그런가?" 어느 날 소피스트인 폴리크세노스가 아리스티포스를 찾아왔다. 이때 그는 예쁜 기생을 끼고 앉아 좋은 안주에 값비싼 술을 즐기고 있었다. 이를 본 소피스트가 비난의 말을 퍼부었다. 그러자, 한참 후에 그가 물었다. "오늘은 자네도 나와 함께 어울리지 않겠는가?" "그거 좋지!" "그러면 자네는 어째서 조금 전에 나를 나무랐지? 자네는 남의 행동은 사치스럽게 보이고 자기가 하는 짓은 그렇게 못 느끼나 보군 그래" 어느 날 아리스티포스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에 해적선을 만났다. 그때 그는 호주머니에서 재빨리 돈을 꺼내 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치 실수라도 하는 듯이 그 돈을 바닷물에다 떨어뜨려 버렸다. 그리고는 아까운 듯 엎드려 통곡했다. 훗날 이때를 회상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아리스티포스가 돈 때문에 망하느니보다는 돈이 아리스티포스를 위해 없어지는 편이 좋은 일이었다" 언젠가 항해 중에 폭풍을 만난 아리스티포스는 안절부절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를 본 한 손님이 의아해 하며 그에게 비꼬듯 물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도 놀라지 않는데, 명색이 철학자인 당신이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그 철학이란 게 가짜 아니오?" 그러자, 그가 소리쳤다. "우리 두 사람은 지금 같은 영혼을 가지고 경쟁하는 건 아니라오" 언젠가 돈을 운반하는 하인이 그 짐이 무거운 듯 끙끙거리는 것을 보고 아리스티포스가 말했다. "나머지는 내버려두고 가져갈 만큼만 가져가도록 하자" 하루는 플라톤의 한 제자가 아리스티포스를 칭찬했다. "그는 훌륭한 옷을 입고도, 또 남루한 옷을 입고도 아무렇지 않게 태연히 걸어 돌아다닐 수 있는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이야!" 어느 날 아리스티포스는 철학을 하고자 열심인 그의 딸 아레테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해 주었다. "도를 지나치지 않는 게 중요하단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아리스티포스에게 물었다.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죽었나요?" 그러자,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스스로 원하고 있는 것처럼!" 8. 순수한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Epikuros 기원전 34-271년)는 사모스트에서 태어나 플라톤, 데모크리토스 등에게서 철학을 배운 후 기원전 306년에 아테네에다 학교를 세워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리하여 에피쿠로스 학파의 시조가 되었다. 어느 날 에피쿠로스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있는 한 줄음은 거기 없으며, 또 죽음이 있는 한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죽음은 우리에게 무인 것이다" 하루는 에피쿠로스가 쾌락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쾌락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가 고팠을 때 무얼 먹어 줌으로써 생겨나는 운동적 쾌락이고, 또 하나는 배가 적당히 불러서 조금치의 고통도 느끼는 상태인 정지적 쾌락이 있다. 이 중, 후자가 진실한 쾌락이다. 진실한 쾌락이란 아타락시아, 즉 마음의 흐트러짐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어느 날 한 제자가 에피쿠로스에게 물었다. "선생님, 죽음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그러자, 그가 답변했다.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안전책을 강구할 수 있지만, 이 죽음에 대해서는 우리 모든 인간은 성벽이 없는 도시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는 강의 중에 한 제자가 에피쿠로스에게 질문했다. "영혼이 있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답변했다. "우리는 오직 한 번 태어날 뿐, 두 번 다시 태어나지 않으며, 미래에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어느 날 한 제자가 에피쿠로스에게 여쭈었다. "선생님, 시간과 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가 답변해 주었다. "시간의 이 한 순간이 최대 선의 처음과 나중을 포함하고 있다" 어느 날 에피쿠로스는 제자인 메노이케우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써서 보냈다. "우리가 의미하는 쾌락이란 도락자의 쾌락이 아니며, 성적 향략 속에 존재하는 쾌락도 아니다. 그것은 참으로 육체에서 괴로움이 없는 것과, 영혼에서 흐트러짐이 없는 것일 뿐이다. 대개 쾌락의 생활을 유발해 내는 것은 계속되는 음주나 연희도 아니며, 아름다운 연인이나 부녀자들과 놀아나거나, 생선과 고기, 또는 사치스런 식사를 즐기는 그런 류의 향락도 아닌 것이다. 도리어 건실한 사고, 즉 일체의 선택과 기피의 원인을 찾아내어 영혼을 포착하는 순수한 사고, 즉 극도의 동요가 생겨나는 원인이 되는 갖가지 억측을 떨쳐 버린 순수한 사고야말로 쾌락의 생활을 만들어 내는 주요인인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갓의 근원이며 최대의 선이란 다름 아닌 사려이다" 하루는 한 제자가 에피쿠로스에게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나그네 같은 인생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까요?" 그러자, 스승이 답변해 주었다. "우리가 나그네길에 있는 동안은 그 나그네의 끝이 처음보다 더욱 좋은 것이 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나그네길 끝에 도달하면 마음 편히 유쾌한 기분으로 쉴 수 있어야만 한다" 에피쿠로스는 방광 결석 때문에 보름간 앓아 누웠다. 오줌길이 돌 때문에 막혀 그에게 고통을 주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임종 전에 뜨거운 물이 담겨진 큰 물통 속에 들어가 물을 타지 않은 포도주를 쭉 들이켰다. 그런 후 친구들에게 말했다. "내 학설을 잘 기억해 두게나" 그리고는 조용히 숨을 거뒀다. 에피쿠로스는 죽기 전에 제자 이도메네우스(람푸사코스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내 진정한 행복임과 동시에 내 생애의 마지막 날인 이 날에 나는 여러분에게 이 편지를 쓰노라. 요즈음 요로 폐석과 적리 때문에 더없이 고통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가 주고받았던 대화를 떠올리면, 마음에 기쁨이 솟아나서 그것이 이 모든 고통에 대항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네는 젊은 시절부터 나와 철학에 헌신해 왔다. 그 태도에 걸맞게 메트로도로스(럼푸사코스인으로 기원전 330-277년, 에피쿠로스의 절친한 친구)아이들의 뒤를 보아주기 바란다" 헤르미포스는 에피쿠로스의 임종에 대한 시를 지어 읊었다. 신에게 맹세코, 참으로 선한 사람은 술에 취하지 않는다, 또한 뜨거운 목욕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당신이 하는 것처럼.